유승준 한국땅 밟나…대법 판결에 '입국 반대' vs '괘씸죄 그만'

입력 2019-07-11 13:39
수정 2019-07-12 11:41
유승준 한국땅 밟나…대법 판결에 '입국 반대' vs '괘씸죄 그만'

17년 전 유승준 사례로 '군복무는 필수' 연예계 인식 바뀌어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미국 시민권 취득에 따른 병역 기피 논란으로 입국 금지된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43)이 한국 땅을 밟는 길이 열리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1일 유승준이 주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유승준에게 내려진 비자발급 거부가 행정 절차를 어겨 위법하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 판결에 감사 전한 유승준 "평생 반성하겠다" / 연합뉴스 (Yonhapnews)

유승준에게 다시 기회를 준 대법원 판결에 누리꾼은 갑론을박을 벌였다.

네이버 아이디 ghay****는 '국민의 의무를 하기 싫고 여기서 쉽게 돈은 벌고 싶고. 자기 손으로 포기한 국적인데 뭐가 억울하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또 '목숨 걸고 의무 다한 이땅의 청년들을 엿먹이는 판결'(haep****), '나라 배신하고 갔으면 평생 입국 금지해야지'(wjdg****), '군대 가기 싫은 사람은 국적 버리고 외국 시민 되면 되겠네'(dbsl****) 등 조롱 섞인 비난도 나왔다.

앞서 리얼미터가 8일 발표한 조사에서도 국민 10명 중 7명이 유승준의 입국을 반대한다며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날 일부 누리꾼은 유승준이 중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며, 17년의 입국 금지는 형평에 어긋난다는 목소리를 냈다.

'괘씸죄는 이제 그만'( endl****), '17년간 벌 받았음 됐다'(ovid****), '왜 유승준한테만 엄격한 잣대를 대는 거지'(ac07****)라고 옹호론을 펴는 이들도 있었다.



◇ "한국땅 밟고 싶다" 눈물 호소…국내서 신보 내며 복귀 의지

1997년 4월 데뷔한 유승준은 '가위', '나나나', '열정' 등 히트곡을 내며 최고의 댄스 가수로 사랑받았다.

미국 영주권자이던 그는 방송 등에서 "군대에 가겠다"고 공언했으나, 2002년 1월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 기피 논란이 일었다.

무대에 올라가기 전 기도를 하는 등 바른 청년 이미지였기에 자신의 말을 뒤집은 데 대한 배신감과 충격은 컸다.

비난이 쏟아지자 법무부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는 자'에 해당한다며 입국 제한 조처를 했다.

이후 중국 등지에서 가수로 활동한 그는 13년 만인 지난 2015년 5월 인터넷 생방송을 통해 "어떤 방법으로든 아이들과 함께 떳떳하게 한국땅을 밟고 싶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무릎을 꿇고 사죄한 그는 "시간을 돌이킬 수 있다면 두 번 생각하지 않고 군대에 가겠다"면서 이제라도 군대에 가 한국 국적을 회복하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실제 2014년 7월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귀화해 군대에 가겠다는 뜻을 한국에 전달했으나 나이 제한으로 무산됐다고도 했다.

방송 이후 일부 동정론도 있었지만, '13년이 지나 군대에 가고 싶다는 것이냐'며 누리꾼의 비난 여론은 계속됐다.

이후 유승준은 2015년 9월 LA 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하자 국내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을 냈다. 2016년 1심에 이어 2017년 2심에서도 패소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그는 올해 1월 새 앨범 '어나더 데이'(Another day)를 내 변함없는 복귀 의지를 보였다. 국내에서 신보를 내는 것은 2007년 '리버스 오브 YSJ'(Rebirth of YSJ) 이후 12년 만이었다. 당초 지난해 11월 앨범을 내려 했으나 싸늘한 여론에 앨범 유통을 맡기로 한 회사가 철회해 한차례 무산되기도 했다.



◇ 유승준 사태, 연예계 군복무 인식 바꿔

입국 금지된 유승준 사태는 '군복무는 필수'로 연예계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과거 연예계에도 병역 비리에 연루된 연예인들이 있었지만, 유승준 사례 이후 대략 2년의 공백이 생기더라도 병역 의무를 반드시 마쳐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잡았다.

일부 스타는 군대로 인한 논란을 만들지 않고자 재검을 받아서라도 현역을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군대 공백이 인기에 타격을 준다'는 인식도 사라졌다.

특히 해병대에 지원 입대한 연예인들은 '까방권'(까임 방지권)을 얻는 등 제대 후 호감도가 상승하기도 했다. 실제 현빈, 오종혁, 악동뮤지션의 이찬혁 등이 해병대를 제대했고, 샤이니의 민호도 해병대에 입대했다.

MC몽이 병역 기피 논란으로 여전히 제대로 된 방송 활동을 하지 못하는 점도 다시 한번 군 복무에 대한 경각심을 줬다.

한 음반기획사 대표는 "유승준 이전엔 사담으로라도 군대를 회피하고 싶다는 이들이 있었으나 이젠 '마땅히 가야 한다'는 당위의 문제로 치환됐다"며 "소속 연예인이 입대한 뒤 수익이 전면 중단되는 기획사조차 '당연히 가야 한다'며 연예계 내부 인식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획사 이사도 "유승준 사건은 애써 복무가 힘든 곳을 가고 싶어하는 인식 변화까지 끌어낸 사건"이고 말했다.

다만 "17년이 흐르며 군대에 대한 인식 변화가 자리 잡았고, 또 그간 유승준 외에 다른 유사 사례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형평성은 고려돼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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