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강간미수 영상' 30대男, 첫 재판서 "기억 안 난다"

입력 2019-07-11 11:54
'신림동 강간미수 영상' 30대男, 첫 재판서 "기억 안 난다"

변호인 "같이 술을 마시자는 마음…강간 의도 없었다" 변론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귀가 여성을 뒤쫓아가 집에 침입하려 한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 영상' 속 30대 남성 측이 첫 재판에서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김연학 부장판사)는 11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주거침입강간) 등으로 구속기소 된 조모(30)씨에 대한 첫 공판 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 준비기일 때는 피고인이 직접 법정에 나올 의무가 없어 조씨는 이날 출석하지 않았다.

조씨 측 변호인은 "공소장에 기재된 행위를 한 것은 전부 인정한다"면서도 "피고인은 (피해자와) 같이 술을 마시자는 마음이었지 강간의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보고 따라간 것과 피해자의 거주지 엘리베이터에서 무슨 말을 한 것 같다는 정도만 기억난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조씨가 과음으로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조씨 변호인은 조씨가 습득한 것이 있다며 피해자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한 사실이 있다고 의견서에 기재했으나, 이는 당시 상황이 찍힌 영상과 피해자 진술 등을 토대로 넣은 것이라고 추후 설명했다.

실제 습득물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 측은 검찰이 신청한 증거에 모두 동의하면서도 이 증거들로는 조씨가 성폭행을 의도했다는 점을 뒷받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씨 변호인은 재판 후 "피고인이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며 "하지만 자신이 날이 밝은 시간에 피해자를 강간하려 했을 리 없고, 기억도 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조씨 측이 신청한 양형 조사를 다음 기일에 진행하기로 했다. 양형 조사는 피고인의 가정환경과 전과, 범행 경위, 합의 여부 등 형량을 따질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조사하는 절차다.

조씨는 지난 5월 28일 오전 6시 20분께 신림동에서 귀가하는 여성을 뒤쫓아간 뒤 이 여성의 집에 들어가려 하고,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갈 것처럼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여성이 집에 들어간 후에도 10여분 동안 벨을 누르면서 손잡이를 돌리는가 하면 도어락 비밀번호도 여러 차례 누른 것으로 조사됐다. 복도 옆에 숨어서 다시 현관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이런 모습은 '신림동 강간미수 폐쇄회로(CC)TV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트위터와 유튜브 등에서 빠르게 확산했다.

조씨는 자신이 수사 대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사건 다음 날인 29일 112에 신고해 자수 의사를 밝혔다.

당초 경찰은 주거침입 혐의로 조씨를 체포했지만, 이후 강간미수 혐의도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 또한 "문을 열기 위해 온갖 방법을 시도하면서 피해자에게 극도의 불안감을 준 행위는 강간죄 실행의 착수에 해당하는 폭행 내지 협박으로 볼 수 있어 강간의 고의가 인정된다"며 강간미수로 기소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단순히 문을 열려고 시도한 정황만으로는 강간의 고의를 입증하기에 충분치 않을 수 있어 무리한 기소라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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