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권리금 없이 임차인 내쫓고 건물주가 상가 운영' 제동
"건물주가 계약거부 땐 새 임차인 주선 안해도 권리금 보호"
"건물주가 직접 운영할 겨우 임차인에 '새 임차인 주선' 요구는 부당"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상가 건물주가 임차인이 주선한 새 임차인과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혔다면, 임차인이 새 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았더라도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상가 임차인과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권리금도 부담하지 않은 채 임차인이 영업하던 상가를 건물주가 직접 운영하는 방식의 부당한 임대 관행을 더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상가 임차인 한 모씨가 임대인 박 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수원지법 민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건물주가 상가를 직접 이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경우에는 임차인에게 새 임차인을 주선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은 실제로 새 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았더라도 건물주가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해줘야 할 의무를 어겼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씨 소유의 상가를 임대해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던 한씨는 박씨가 임대차계약 갱신을 거부하고 상가를 인도받아 직접 커피전문점을 개업하자 권리금 3천700만원을 손해 봤다며 소송을 냈다.
박씨는 임대차 계약 갱신을 거부하면서 한씨에게 "새 임차인을 주선하더라도 더이상 임대하지 않고 직접 상가를 사용할 계획"이라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씨는 "상가를 직접 사용하겠다는 박씨 때문에 새 임차인을 주선하지 못했고, 결국 새 임차인에게 받을 권리금 3천700만원을 손해 봤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씨는 "권리금을 받으려면 새 임차인을 주선해야 하는데 한씨가 새 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았기 때문에 권리금 손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상가임대차법은 상가 임대인은 임차인이 자신이 주선한 새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하면 안 되고, 방해한 경우에는 권리금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한다.
1·2심은 "권리금 회수 기회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려면 새 임차인이 되려는 자가 구체적으로 특정돼야 하는데 한씨가 새 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은 것으로 인정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임대인이 새 임차인에 임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힌 경우에는 임차인이 새 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아도 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hy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