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기업접촉 늘리며 전방위 외교戰…'美 지렛대' 통할까(종합)
김현종 워싱턴 급파…靑 "日조치가 美에 악영향 준다는 점 설명"
대일특사 가능성에 靑 "수면위로 올라오면 말씀드릴 수 있을 것"
靑, 징용피해 새 보상안 '1+1+α 기금' 제안설엔 "사실무근"
"정부-기업, 상시소통…사안 급박하면 매일 만날 수도 있을 것"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청와대가 11일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사태를 돌파하기 위한 외교전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30대 기업 초청 간담회에서 "전례없는 비상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양국의 경제에도 이롭지 않은 것은 물론 당연히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므로 국제적인 공조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는 그중에서도 대미 여론전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한국과 일본의 동맹인 미국이 중재역을 맡는 등 본격적으로 움직인다면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전날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통상 전문가인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을 미국 워싱턴DC로 급파했다.
김 차장은 이날 워싱턴DC에서 기자들을 만나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미국에 중재를 요청한다는 보도도 있었는데…'라는 질문에 "그 이슈도 당연히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국제규범을 어긴 것은 물론, 미국의 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설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차장의 방미에는 북미 간 비핵화 논의를 위한 실무협상을 점검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차장 역시 '북미 실무협상 관련 후속 조치와 남북정상회담 관련 문제 등도 논의하는가'라는 질문에 "그것도 백악관 상대방과 만나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역시 전날 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통화하고 한일관계 등에 대해 논의했다.
강 장관은 한국 정부가 일본의 이번 조치 철회와 함께 더는 상황이 악화하지 않기를 희망하며 일본과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을 위해 노력해 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고, 이에 폼페이오 장관은 이해를 표명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김희상 외교부 양자 경제외교 국장도 이날 워싱턴DC에 도착했다.
이처럼 청와대와 정부가 활발한 대미 외교행보에 나선 데에는 일본으로서도 미국의 움직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이번 사태 해결에 있어 미국이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분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입장에서 본다면 아시아 지역의 대표적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갈등에 발을 들여놓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미국이 북핵 문제 등 안보 이슈에서 '한미일 3각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점을 고려하면 양국 간의 첨예한 갈등 속에 한 국가의 편을 드는 모양새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다.
일본을 상대로 한 양자협의 노력 역시 계속하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대일특사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이낙연 총리 역시 전날 대정부질문에서 '대통령에게 특사 파견을 건의할 용의가 있느냐'는 자유한국당 곽대훈 의원의 질문에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외교적 노력이 여러 방면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20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6선의 문희상 의원을 대일 특사로 파견한 바 있어 이번에도 중량감 있는 여권 인사가 발탁될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다만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구체적으로 (대일특사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올 정도가 되면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지, 지금은 (이 총리가 언급한 것) 그 이상은 확인해드릴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한 언론에서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해법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부담을 더 늘리는 취지의 새로운 협상안을 일본에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청와대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일본에 협상안을 제시한 바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보상안이란 이른바 '1+1+α'(한국 기업+일본 기업+한국 정부) 안이다.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선 일본과 한국 기업이 함께 조성한 기금(1+1)으로 해결하되 나머지 피해자들에 대해선 한국 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이 안의 골자다.
앞서 일본은 한·일 기업만 참여하는 '1+1' 기금을 조성하자는 우리 정부의 제안을 거부했다. 강제징용 배상을 둘러싼 양국 갈등은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의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일본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한국 정부의 역할을 보강하는 새로운 제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청와대가 '협상안을 제시한 바 없다'고 밝혔듯이 '1+1 기금'을 대체할 다른 제안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대신 이 관계자는 "외교적으로 풀 수 있는 부분들, 경제적으로 풀 수 있는 부분들 모두 비상대응 체제를 갖춰 민관이 힘을 모으고 있다"며 "정부 부처도 각 분야별로 해당하는 것들을 꼼꼼히 면밀히 상황을 체크하며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전날 문 대통령이 30대 그룹 경영인들을 만나 대화한 것에 이어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기회를 더 자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7일 대기업 총수들과 회동을 하는 등 민관 상시소통 협의체를 이미 가동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수시로 기업인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청와대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말 그대로 상시로 소통하겠다는 것이다. 사안이 급박하게 돌아갈 때는 매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모든 부처가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촘촘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 추진사업을 중심으로 최대 3천억원 수준의 예산을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키로 하는 등 당정청이 전방위적 대응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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