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구금시설서 아기 잃은 이민자 엄마, 하원 공청회 증언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미국 국경 구금시설에 붙잡혀 19개월 된 아이를 잃은 이민자 어머니가 미 의회에서 구금시설의 실태를 증언했다.
과테말라 출신 이민자 야스민 후아레스는 10일(현지시간) '수용소에 갇힌 어린이들: 국경에서의 비인간적 처우'라는 주제로 미 하원 민권 및 시민자유 소위원회에서 열린 공청회에 참석해 어린 딸을 잃게 된 과정을 증언했다고 AFP통신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공청회는 최근 미국과 멕시코 국경 인근 이민자 수용소의 비인간적이고 열악한 실태를 보여주는 사진, 보고서 등이 공개되며 논란이 인 가운데 열렸다.
후아레스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눈물을 보이며 "(구금시설에서 벌어진) 끔찍한 일은 극히 부당한 것"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지난해 딸을 데리고 미국행에 나선 후아레스는 국경을 넘어 망명을 신청했지만, 모녀에게 돌아온 것은 20일간의 감금이었다.
후아레스는 "지독히 추운 철창에 갇혀있었고, 구금기간 중에 폐 감염에 걸린 딸의 건강이 악화된 뒤에야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넘겨졌다"며 "ICE에서 풀려나자마자 응급실로 향했지만, 이미 늦은 때였다"고 밝혔다.
그는 구금기간 의사, 의료 직원들에게 딸의 상태를 봐달라고 간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면서 미국 같은 나라에서 아이들이 이처럼 '잔혹한' 대우를 받는 것을 전 세계가 알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원 정부개혁위원회 소속의 엘리야 커밍스 의원은 후아레스 가족의 비극을 "정부가 후원하는 대규모 아동 학대"라고 꼬집었다.
하원 히스패닉 코커스(이익단체)의 호아킨 카스트로 의원도 "(정부는)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미국이 2차대전 이후 마셜 플랜으로 서유럽 재건에 나섰듯, 중앙아메리카를 위한 장기적 마셜 플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미 국경 당국은 의회의 예산 증액 덕분에 지난 5월 2천500명에 달했던 이민자 수용시설 내 아동이 현재 약 2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이민자 수용소 내 비위생적인 환경과 과잉 수용을 지적하는 정부 감사결과가 공개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미 국토안보부 감사관실은 지난주 수용자들이 빼곡히 들어찬 구금시설 내부 사진을 공개하면서 '위험한 수준의 과잉수용'을 지적한 바 있다.
미 국경시설 담당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아이들을 구금 후 72시간 내에 미 보건복지부(HHS) 산하 보호시설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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