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IAEA 긴급 이사회서 '불신 대격돌'
미 "이란 핵 협박 막아야"…이란 "미, 가학적 성향"
트럼프 "비밀 핵활동" 의혹에 이란 "IAEA 철저히 사찰" 반박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미국과 이란이 1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에서 열린 긴급 집행이사회에서 상대를 맹비난하면서 격돌했다.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한다면서 뿌리깊은 불신을 노골적으로 나타냈고 이란은 핵합의를 혼자서 지켰는데도 미국이 가학적인 불법 제재로 '경제 전쟁'을 벌였다고 비난했다.
재키 월컷 IAEA 주재 미국 대사는 "미국은 새로운 핵합의를 위해 선행조건 없이 협상할 준비가 됐다"라며 "이란에 제재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런 협상이지 '핵 협박'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제사회는 최근 벌인 도발(핵합의 이행 축소)로 이란이 이익을 챙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라며 "이런 부정행위가 보상받지 못하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란이 이득을 얻는 데 성공하면 그들의 요구와 도발은 더 커질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카젬 가리브 아바디 IAEA 주재 이란 대사는 "제재의 결과가 희생이 크고 예상할 수 있는 만큼 이것은 전쟁의 무기이자 침략의 수단으로 봐야 한다"라며 "경제 제재는 표면적 목표와 달리 서민에 대한 연좌제이고 인간성에 대한 범죄로 여겨야 한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미국은 일방적 불법 제재를 다른 나라의 주권과 사유 재산을 강압하는 수단으로 쓰는 가학적 성향이 있다"라며 "반드시 이를 끝내야 한다"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핵합의 당사국 모두가 약속을 지킨다면 우리도 이에 상응해 핵합의를 기꺼이 다시 지키겠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협상 제의에 대해 가리브 아바디는 회의 뒤 기자들에게 "가슴에 총을 겨누는 나라와 협상할 나라가 어디 있겠느냐"라며 "핵합의를 다시 논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말했다.
이란은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한 지 1년이 되는 5월 8일 핵합의 이행 범위를 축소하는 1단계 조처로 농축 우라늄과 중수의 저장한도를 넘기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실행했다.
이달 7일에는 2단계 조처로 우라늄의 농도 상한(3.67%) 이상으로 농축하겠다고 발표했고, 이튿날 4.5%까지 농축도를 올렸다.
이번 긴급 집행이사회는 핵합의를 탈퇴한 미국이 이란의 핵합의 위반에 대처해야 한다면서 요청해 소집됐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10일 "핵합의를 파기한 미국이 이란의 핵합의 위반을 문제삼아 IAEA 회의를 소집하다니 우스운 역설이다"라고 비판했다.
미하일 울리야노프 IAEA 주재 러시아 대사도 "미국은 이런저런 이유로 이란을 자꾸 언급하는데 핵합의를 지키지 않은 그들이 남에게 이래라저래라할 권리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 낀 유럽연합(EU)은 IAEA 이사회에 낸 성명을 통해 "이란은 핵합의를 다시 지켜야 한다"라면서도 "미국의 핵합의 탈퇴에 유감을 표하며 국제사회가 핵합의 이행을 방해하는 어떤 일도 삼가기를 요청한다"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냈다.
IAEA 회의에 맞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0일 트위터에 "이란은 오랫동안 비밀리에 (우라늄을) '농축해' 존 케리(전 미 국무장관)와 오바마 행정부가 만든 1천500억 달러짜리 협상(핵합의)을 완전히 어겼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의 비밀 핵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가리브 아바디 대사는 "우리는 숨길 게 아무것도 없다"라며 "이란의 핵활동 하나하나를 IAEA가 사찰한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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