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액티브] "맞다, 하차태그"…지역마다 방식달라 이용객 '낭패'
(서울=연합뉴스) 전송화 인턴기자 = 광주광역시에 사는 박수진(24)씨는 서울 여행 중 버스를 이용하며 불편을 겪었다. 광주와 달리 서울은 환승한 버스에서 내릴 때 교통카드를 찍고 내리지 않으면 추가 요금이 발생하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박씨는 "서울의 하차 태그 방식에 대한 안내를 전혀 듣지 못했다"며 "다른 사람들이 태그를 하는 것을 보고서야 뭔가 잘못된 것을 알게 됐다. 그전까지는 나도 모르게 요금을 더 낸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2014년부터 전국 호환 카드가 등장하면서 교통카드는 통합됐지만 하차 태그 정책은 각 시도별로 제각각이어서 타지역에서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각지의 하차 태그 정책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자료도 없는 데다 안내나 홍보도 미비한 형편이다.
우선 광주, 부산, 울산, 대전은 시내버스의 경우 환승 이후에 하차 태그를 하지 않아도 벌금처럼 물리는 추가 요금이 없다.
서울은 환승하지 않고 버스를 한 번만 탄다면 추가 요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환승한 버스에서 내릴 때는 교통카드를 태그하지 않으면 다음 승차 시 기본요금의 두 배를 내야 한다. 환승 뒤 이용 거리에 비례해 요금이 더해지는데 하차 태그를 하지 않으면 이동 거리를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하차 태그를 잊었을 경우 무조건 두배를 내게 하는 것이다. 인천도 서울처럼 환승하지 않으면 태그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환승하고 태그를 잊었다면 700원의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경기 광역버스처럼 다른 도시로 노선이 이어지는 '시계외버스'는 거리에 비례해 요금이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하차 태그를 하지 않으면 이동 거리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경기 시계외버스는 환승을 하지 않고 버스 1대만 이용한 경우에도 하차 태그를 하지 않으면 추가 요금을 물어야 한다.
추가 요금의 부과 방식도 도시마다 차이가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환승 뒤 하차 태그를 안 하면 다음 승차 시 직전 교통수단의 기본요금을 한 번 더 내야 한다. 대전광역시 시계외버스는 해당 노선을 전부 이동했을 때 산정되는 최대 요금이 청구된다. 광주광역시 시계외버스는 기본요금의 1.5배가 청구된다.
일원화되지 않은 버스 태그 정책으로 인한 혼란은 시민들 몫이다. 부산에 사는 김건호(25)씨는 "처음 서울에 갔을 때 하차 태그 방식에 대해 전혀 몰라 교통카드를 찍지 않고 내리면서 버스를 여러 번 이용했다가 요금 폭탄을 맞았다"며 "알고도 습관이 되지 않아 하차 태그를 하지 않고 내리고선 '아차' 하는 때가 많았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광주에서 경기도로 이사를 한 나소영(23)씨는 처음 경기 버스를 이용할 때 하차 태그에 대해 잘 알지 못해 "혹시 요금을 두 번 내게 되는 것은 아닐까"하고 불안했다며 "인터넷에서 검색해 하차 태그에 대한 정보를 스스로 찾아봐야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서 여행을 오신 분들이 가끔 하차 태그와 관련해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서울시는 서울시민을 위해 정책을 펴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타 지역민의 사정까지 신경 써 홍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국토교통부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환승 정책이 통일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지자체가 각자의 재정에 맞게 정책을 정하고 중앙 정부는 자율에 맡기는 것"이라며 "중앙에서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지적에 대해 "아직 시도하고 있지 않지만 시민불편이 있다면 안내를 해야겠다.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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