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CRISPR '유전자 가위', 개량 프로토콜 나왔다
막스 플랑크 플로리다 연구소, 표현형-유전자형 대조로 결함 보완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CRISPR-Cas9 '유전자 가위'는 유전공학 분야의 'DNA 워드프로세서'라고 할 수 있다. 타이프라이터에서 워드프로세서로의 기술 도약에 견줄 만큼 획기적인 발명인 것이다. 하지만 유전자 가위 기술도 완전하지는 않아, 적지 않은 결점과 한계를 안고 있다.
원래 CRISPR-Cas9은 세포의 DNA를 잘라내 목표로 정한 유전자에만 정확히 돌연변이를 일으켜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유전자가 편집된 세포는 손상된 DNA를 'NHEJ(상동 말단 접합)'이라는 보상적 과정을 통해 복구한다.
문제는 이 복구 과정에서 실수가 생기기 쉽다는 것이다. 'NHEJ로 복구된 DNA에선 종종 염기의 대체, 탈락, 추가 등 오류가 발견된다.
CRISPR-Cas9은 편집 효율성이 일정하지 않다는 결함도 갖고 있다. 예컨대 목표 유전자의 카피 중에서 어떤 때는 두 개 모두 기능을 비활성화하고, 어떤 때는 하나만 그렇게 한다.
이런 식으로 DNA에 변화가 생기면, 관찰되는 표현형(phenotype)의 유전적 요인을 설명하기가 극도로 어려워진다. 그만큼 유전자 가위의 쓸모도 적어지는 것이다.
표현형(phenotype)은, 생명체의 관찰 가능한 특징적 모습이나 성질을 말하는데, 선천적으론 개체의 유전자형(genotype)에 의해 결정되지만, 후천적으론 여러 가지 환경인자의 영향을 받는다. 개체의 유전자형이 달라도 관찰되는 표현형은 같을 수 있고,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표현형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CRISPR-Cas9의 이런 기술적 결함을 획기적으로 보완하는 방법을, 막스 플랑크 플로리다 신경과학 연구소(MPFI)의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이번 연구는 MPFI의 다니구치 랩(실험실)이 주도했고, 연구보고서는 저널 '셀 리포츠( Cell Reports)'에 실렸다. MPFI는, '노벨상 사관학교'로 통하는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가 2009년 미국 플로리다주에 개설한 연구소다.
9일(현지시간) 온라인(링크 [http://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19-07/mpfi-lpt070919.php])에 공개된 연구 개요에 따르면 이 방법은, 첨단 레이저 현미 해부(laser microdissection) 기술을 단일 세포 지노타이핑(유전형 분석) 기법과 결합해, 세포 내 DNA 변화를 정확히 보장하면서 CRISPR 가위의 편집 결과도 연구할 수 있는 일종의 프로토콜(실험 계획)이다.
보고서의 제1 저자인 안드레 슈타이네케 박사는 "CRISPR로 목표 유전자를 정조준해도 세포의 NHEJ 복구로 인해 결과의 편차는 크다"면서 "CRISPR은 유전자의 기능을 완전히 비활성화거나 약화할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 더 강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AnkG라는 구조 단백질의 합성 암호가 들어 있는, 대뇌 피질의 피라미드 뉴런 유전자에 맞춰 CRISPR 기술을 재구성했다. 보통, 이 단백질은 활동 전위를 생성하는 뉴런(신경세포)의 축삭 시작 마디(AIS)에서만 발현한다.
AnkG 단백질을 제거하면 AIS가 눈에 띄게 두꺼워져 현미경으로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런 특징을 이용해 AnkG 결핍 뉴런을 쉽게 발견하고, 정확한 유전자형(genotype)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실험 결과, CRISPR 프로브(탐색자)에 의해 핵산이 감염된 뉴런은 대체로 AIS가 두꺼워지고 AnkG도 결여돼 있었다. 그러나 그런 뉴런 중 일부는 AnkG 수위를 유지했고 AIS의 두께도 일반 뉴런과 비슷했다. 이는 CRISPR의 편집 결과가 뉴런에 따라 다르다는 걸 의미한다.
연구팀은 이어 표현형의 특징이 결정된 뉴런을 레이저 현미 해부 기술로 가려낸 뒤 개별적으로 염기서열을 분석해 유전자형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새 프로토콜대로 하면, 관찰된 표현형을 안정적이면서 반복적으로 해당 유전형과 맞출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AnkG가 부족하고 AIS가 두꺼워진 뉴런은 유전자의 두 카피에서 모두 원래 기능을 상실하는 돌연변이를 일으켰다. 반면 AnkG 수위가 정상인 뉴런은 한 개의 유전자 카피에서만 변이를 일으키거나 완전히 정상적인 유전자형을 보였다.
이번 연구를 이끈 다니구치 히로키 박사는 "단일 세포 염기서열 분석으로 밝혀낸 유전자형과 표현형 평가로 추론한 결과가 완전히 들어맞는다는 건, 우리의 접근법이 CRISPR 기반 기술의 신뢰성을 높이고, 적용을 확대하는 유력한 방법이라는 걸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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