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통해 빼낸 정보로 낙찰…대북확성기 업자 2심도 실형
대북 확성기 성능 미달…수입산 부품, 국산품으로 '둔갑'
법원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 초래 가능…군 스스로 부실 자초한 측면도"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박근혜 정부 시절 대북 확성기 사업 비리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브로커와 업자 등이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조용현 부장판사)는 10일 음향기기 제조업체 인터엠 대표 조모 씨에게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에 대해선 징역 3년의 실형을, 정치자금법 위반 등에 대해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브로커인 차모 씨는 징역 1년 6개월을, 전직 시의원 임모 씨는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4천만원을 받는 등 이 사건에 연루된 10명은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실형 등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대북 확성기 사업은 대규모 국방 예산이 투입되고 국가 안보에 관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엄정한 경쟁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과 좋은 품질의 제품을 공급받아 전략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떤 예산보다도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사용돼야 할 국방 예산이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소홀히 집행됐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브로커로부터 사업 정보를 미리 입수해 온전한 경쟁이 처음부터 불가능했고, 외산 제품을 직접 제조한 국산 제품이라고 속이기도 했다"며 "이런 비리는 종국적으로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재판부는 "대북 사업은 큰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 데 비해 입찰 및 계약 관련 업무를 담당자 한명이 하고, 사업을 알선한 군 당국조차도 10㎞ 가청 범위의 스피커가 존재하는지 검토도 없이 무작정 사업을 진행했다"며 "군 스스로 부실한 사업 진행을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대북 확성기 사업은 2015년 8월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이후 대북 심리전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사업자로 선정된 인터엠은 2016년 말 확성기 40대(고정형 24대·기동형 16대)를 공급했으나 성능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입찰 비리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감사원의 요청을 받은 검찰은 수사 결과 브로커·업체·군 간의 유착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조씨 등 인터엠 임직원들은 2015년 11월∼2016년 4월 브로커 차 씨 등을 통해 대북 확성기 입찰 정보를 입수했고, 자사에 유리한 사항이 평가 기준에 반영되도록 하는 수법으로 166억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했다.
조씨 등은 사업 진행 과정에서 대북 확성기의 주요 부품이 국산인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거나 허위 원산지 증명서를 제출했고, 회사자금 등 30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엠의 확성기가 군에서 요구한 '가청거리 10㎞'에 미달하는 '불량품'이었으며 인터엠의 납품을 위해 군에서는 평가 기준을 낮추기도 했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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