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는 미친 로봇" 외교관 메모에 등장한 지도자 혹평들

입력 2019-07-10 11:53
"히틀러는 미친 로봇" 외교관 메모에 등장한 지도자 혹평들

(서울=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미국과 영국의 갈등을 촉발한 주미 영국대사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폄훼 메모 유출 파문을 계기로 과거 외교관들이 지도자들을 혹독하게 비판했던 사례들이 눈길을 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외교관들이 가장 악명높거나 혹은 높이 평가받는 지도자들을 신랄하고도 흥미롭게 평가한 사례 10가지를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역대 최악의 지도자로 꼽히는 나치 독일의 지도자인 아돌프 히틀러를 영국의 외교관은 '미친 로봇'(The unbalanced automaton)으로 묘사했다.



1933년 당시 베를린 주재 영국 대사였던 에릭 핍스 경은 그해 초 독일 총통에 취임한 아돌프 히틀러와의 첫 만남을 기록한 자신의 일기에서 독일 군국주의에 대한 자신의 언급을 '반공주의'로 이해하는 히틀러의 기계적 태도를 이렇게 비판한 것이다.

히틀러와 마찬가지로 유럽을 극단적인 전체주의로 물들인 이탈리아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의 인상에 대해 당시 로마 주재 미국 대사인 윌리엄 필립스는 회고록에서 "대머리에 눈이 튀어나온 로마의 난폭한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거침없는 신체 특징 묘사에도 무솔리니를 동정하며 '용기'와 '단순함'을 칭찬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토머스 P. 멜라디 주미 우간다 대사는 아프리카 독재자의 대명사였던 이디 아민 다다 전 우간다 대통령에 대해 '편집증적 과대망상에 빠진 어릿광대'라고 혹평하는 메모를 미국 정부에 보낸 바 있다.

지도자의 사생활에 관한 외교관들의 평가도 있다. 진 크레츠 주미 리비아 대사는 리비아 독재자인 무아마르 카다피와 그의 전속 간호사로 활동한 우크라이나 출신 여성 갈리나 콜로트니츠카야가 연인 관계로 의심된다는 루머를 미국 정부에 보고했다.

이 내용은 2010년부터 2011년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됐다.



철의 여인(Iron Lady)으로 알려진 영국의 지도자 마거릿 대처 전 총리에 대해 1975년 미국 관리들은 그녀를 '소녀답다'고 비아냥댔다.

그해 9월 26일 영국 야당이었던 보수당 당수 자격으로 미국과 캐나다를 방문한 대처 전 총리를 일부 미국 외교 관료들은 부족한 외교 경험 등을 이유로 "다소 순진하고 심지어 너무 소녀답다"고 평가했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인 앤드루 왕자는 미국과 영국이 비교 대상으로 떠올랐을 때마다 지나치게 애국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평가가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배우 출신인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지식이 짧다는 핀잔을 들어야만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구소련의 지도자였던 스탈린은 미국 대사로부터 '이상하게 개처럼 생긴' 사람이라는 평을 들었고,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미국과 소련의 지도자였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과 니키타 흐루쇼프 공산당 서기장도 각각 '이기적이다', '돼지 눈'이라는 지적을 외교관들로부터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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