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대행 업계 첫 단협…건당 3천500원 '안전배달료' 합의
배달노동자 노조 라이더유니온-'배달은형제들' 조인식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서울 강서구의 배달대행업체 소속 배달원들이 업계에서 처음으로 회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배달 노동자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9일 서울 강서구의 한 사무실에서 배달대행업체 '배달은형제들'과 단체협약 조인식을 개최했다. 이 업체는 직원이 20명 내외인 신생 업체다.
단협에 따라 노사는 건당 3천500원의 '안전 배달료' 지급에 합의했다. 배달 거리가 기준(500m)보다 멀거나 폭염, 비, 추위 등 악천후가 있을 때는 추가 요금도 받기로 했다.
노사는 배달 업체 간의 지나친 경쟁 속에 배달료가 2천원 중반 이하로까지 떨어지면서 노동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서비스 질도 하락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적정 수준의 요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사는 배달 노동자들이 '표준 계약서'를 작성하고, 회사가 배달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줄 때는 노조 측 위원이 참여하는 징계위원회를 정식으로 개최하는 등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에도 합의했다.
사측 대표인 박명성 배달은형제들 대표는 "배달을 의뢰하는 상점에서는 배달료가 100원이라도 싼 곳에 가지 누가 배달료 비싼 곳과 계약하느냐고 한다"며 "하지만 가격이 아니라 서비스로 증명하겠다. 기사님들을 위한 배달업체가 죽지 않고 성공해서 같이 성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배달 노동자로 일하다 지난 5월 이 회사를 차렸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단체협상 소식을 듣고 다른 지역의 배달대행 직원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느냐'는 문의를 해오기도 했다"며 "불가능해 보이는 현실에 작은 희망을 배달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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