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2.4도 오르면 여름 북극 빙하 녹을 확률 50% 치솟아"

입력 2019-07-09 18:00
"기온 2.4도 오르면 여름 북극 빙하 녹을 확률 50% 치솟아"

기초과학연구원 포함 국제 연구진, 예측도 높인 새 통계 기법 개발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지구 지표 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2.4도 더 오르면 9월 북극 해빙(바다 얼음)이 완전히 녹을 확률이 5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 연구단은 9일 안순일 연세대 교수를 포함한 국제 공동연구진과 함께 확률 예측 가능성을 높인 새로운 기후변화 통계 기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미래 기후는 과거 데이터에 대한 물리적 이해를 토대로 예측한다.

이를 위해선 전(全) 지구 기후 모형이 주로 쓰인다. 대기·해양·빙하 등 주요 요소 변화 과정을 설명하는 많은 양의 수식으로 구성돼 있다.

대체로 기존 통계 기법은 수십 개의 기후 모형 간 관련성을 '제로'로 본다.

상호 배타적, 즉 독립적이라는 가정에 따라 기후 모형들의 단순 평균값이나 확률 분포를 얻는 데 주력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론 기후 모형이 서로 일부 수식을 공유하거나 같은 계산 기법을 쓰면서 상호 의존적인 특성을 지닌다.

국제 공동연구진은 모형 의존성과 배타성을 수학적으로 정의했다.

이를 기반으로 상호 배타적일 수 없는 수십 개의 모형을 엄밀하게 검증할 수 있는 새로운 통계 기법을 제시했다.



첫 번째 응용으로 연구진은 31개 기후 모형 미래 전망 결과에 새 통계 기법을 적용했다.

여기에 학계의 온실기체 배출 시나리오 중 가장 높은 배출량을 가정한 값을 입력했다.

그 결과 산업혁명 전과 비교해 전 지구 지표 기온 상승이 1.5도에 이르면 9월 북극 해빙이 완전히 유실될 확률은 최소 6%로 나타났다.

2도 상승에 따른 확률은 28%, 2.4도의 경우 50%까지 치솟았다.

기후변화 척도인 북극 빙하는 9월에 급격히 녹았다가 3월에 가장 많아진다. 북극 빙하 기준으로는 9월이 여름인 셈이다.

안순일 교수는 "미래 기후변화 전망의 불확실성을 줄인 획기적인 결과"라며 "국내 대표 기후연구센터의 협력과 함께 수학자·통계학자·기후과학자가 모인 보기 드문 융합연구"라고 말했다.



이 예측 모델은 파리 기후협약을 넘어서는 국제 기준 마련 필요성을 시사한다.

파리 기후협약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190여개 국가가 모여 맺은 조약이다.

전 지구 평균 지표 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적어도 2도 미만으로 유지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이준이 연구위원(부산대 조교수)은 "이미 전 지구 지표 기온이 산업혁명 이전 대비 1도 이상 상승한 상황에서 지금 추세라면 2040년에는 1.5도까지 오를 것"이라며 "이번 연구는 북극 빙하 유실 가능성을 구체적인 수치로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연구 논문은 이날 오후 6시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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