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베네치아서 대형 크루즈선, 요트와 '아슬아슬' 충돌 모면
대형 선박의 베네치아 운항 둘러싸고 논란 재점화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대형 크루즈선이 악천후 속에 요트와 충돌할 뻔한 위기를 간발의 차이로 모면하는 아찔한 일이 벌어져 베네치아만의 크루즈 통행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했다.
8일(현지시간) ANSA통신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전날 오후 거센 비바람이 부는 가운데 높이 12층, 길이 300m에 달하는 대형 크루즈선 '코스타 델리치오사' 호가 베네치아 비엔날레가 열리는 '자르디노' 인근의 선착장 인근에서 요트와 소형 여객선 등을 거의 스치듯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는 일이 벌어졌다.
'자르디노' 인근은 베네치아를 상징하는 산마르코 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이 선박의 운영사인 대형 크루즈 선사인 '코스타 크로치에레'는 "베네치아 운하를 통과하고 있을 당시에 갑작스러운 강풍 때문에 항해에 어려움을 겪던 크루즈선을 3척의 예인선이 끌고 있었던 상황"이라며 "다행히 예인선과 도선사의 도움을 받아 배가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배는 이후 운항을 재개해 이탈리아 남부 해안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만다행으로 사고를 피했으나, 잘못하면 지난 5월 하순 헝가리 다뉴브 강에서 한국 관광객이 타고 있던 관광선을 대형 크루즈선이 들이받아 큰 인명피해가 났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던 셈이다.
당시 요트에 타고 있던 요트 승무원은 거대한 크루즈선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배에서 내려 황급히 선착장으로 도망갔다고 아찔했던 순간을 전했다.
현지 당국과 언론 역시 이번 일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가뜩이나 지난 달 2일 베네치아의 중심을 관통하는 주데카 운하에서 6만5천500t급의 대형 크루즈선인 'MSC 오페라'가 엔진 이상으로 중심을 잃은 뒤 부두로 돌진해 정박 중이던 소형 유람선과 선착장을 들이받은 사고 이후 대형 선박의 베네치아 운하 운항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는 시점이기도 하다. 당시 사고로는 관광객 4명이 다친 바 있다.
루이지 브루냐로 베네치아 시장은 "어제 발생한, 그리고 앞으로도 발생할 일의 가장 큰 책임은 지난 몇 개월 간 (대형 선박의 베네치아 운하 우회)문제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는 사람에게 있다"며 다닐로 토니넬리 건설교통부 장관을 직접 겨냥했다.
브루냐로 시장은 크루즈선 등 대형 선박을 베네치아 심장부를 관통하는 주데카 운하가 아닌, 베네치아 외곽의 덜 붐비는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 운하로 우회하는 조치를 즉각 취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운동가를 비롯한 일각에서는 크루즈선 등 대형 선박이 환경에 가하는 위협을 고려해 이들 선박의 베네치아 운하 진입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토니넬리 장관은 의견 수렴 등을 위해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운동가들은 대형 크루즈선들이 유발하는 파도가 베네치아의 취약한 지반을 마모시키고 대기오염을 유발할 뿐 아니라 베네치아 석호의 진흙 바닥을 훼손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들 선박의 베네치아 운하로의 진입 금지를 요구해 왔다.
하지만, 크루즈선 진입 금지가 현실화할 경우 베네치아가 크루즈선 정박 등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을 잃게 될 뿐 아니라 날로 증가하는 크루즈선 관광객들의 베네치아 접근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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