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 푸틴에 크림 문제 등 논의 협상 제안

입력 2019-07-08 22:20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 푸틴에 크림 문제 등 논의 협상 제안

"미·영·독·불 정상도 참석하는 회담 열자"…크렘린 "검토할 것"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지난 5월 취임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양국 갈등 해결을 위한 협상을 공식 제안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제안한다. 크림이 누구 땅인지,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누가 없는지를 논의하자"고 밝혔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병합한 크림반도의 영유권 문제와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간 교전이 계속되고 있는 돈바스 지역에 러시아 군인은 없다는 러시아 측의 주장을 논의하자는 제안으로 해석됐다.



젤렌스키는 자신과 푸틴 대통령 간 협상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도 초청하자면서 회담 장소는 그동안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한 협상장을 제공해온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로 하자고 제의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는 어떠한 외교적 형식도 거부하지 않는다"면서 "대화를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는 대선 운동 기간부터 러시아에 병합된 크림반도와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통제하고 있는 돈바스 지역을 수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를 위해 푸틴 대통령과 담판을 벌이겠다고 공언해 왔다.

크렘린궁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전혀 새로운 형식의 회담 제안인 만큼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 논의는 독일·프랑스·러시아·우크라이나 4개국이 참여하는 '노르망디 형식' 회담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은 지난 2014년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병합된 뒤 분리·독립을 선언하고 각각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 수립을 선포했다.

두 공화국의 분리주의 반군은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를 상대로 무장 독립 투쟁을 계속하고 있으며, 정부군과 반군 간 무력 충돌로 지금까지 1만3천 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파악된다.

양측은 지난 2015년 2월 독일·프랑스·러시아·우크라이나 4개국 정상이 중재한 민스크 협상에서 교전 중단과 평화 정착 방안에 합의하고 '민스크 평화협정'을 체결했으나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서방은 러시아의 크림 병합을 외국 영토 강제 점령이라고 규정하고 러시아에 각종 제재를 가하고 있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분리주의 반군을 지원하는 데 대해서도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는 크림병합은 현지 주민들의 투표를 통해 합법적으로 이루어졌으며, 돈바스 지역 분쟁은 우크라이나 내부 문제로 우크라이나 정부가 '민스크 협정'을 토대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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