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쓰레기 줄줄 새는 봉투 '툭'…양심 버린 피서객들

입력 2019-07-08 17:55
음식물쓰레기 줄줄 새는 봉투 '툭'…양심 버린 피서객들

피서지 주말 쓰레기 한가득…취사 단속에 고기 굽다 도망

강에서 반려견 목욕에 설거지하다 환경감시원과 실랑이도



(홍천·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양희문 노예원 인턴기자 = 새카맣게 그을린 불판, 찌꺼기 가득한 컵라면 용기, 절반이 넘게 남아 밖으로 흘러내린 쌈장, 수박 껍질.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 주말이 지나고 8일 찾은 계곡과 유원지는 피서객들이 버리고 간 양심으로 가득했다.

시원하게 뻗은 강줄기에 넓은 백사장으로 여름철이면 피서객으로 붐비는 홍천군 모곡밤벌유원지 입구에는 쓰레기가 한가득 쌓였다.

지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나온 쓰레기는 한 트럭은 족히 채울 정도였다.

그나마 환경감시원의 감시와 미화원의 손길 덕에 어느 정도 분류가 됐으나 감시원의 눈을 피해 버린 쓰레기에서 나는 악취와 주변에서 들끓는 개미 떼, 파리 떼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일반 쓰레기 종량제봉투 중에서는 일반 쓰레기는 물론 음식물 등 각종 쓰레기가 뒤섞인 모습이 눈에 띄었다.

불과 몇 발자국 앞에 개수대가 있었으나 일회용 용기는 씻기지 않은 채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었다.

주민들은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린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나아졌다곤 하지만, 일반 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 일회용품 분리수거까지 완벽하게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유원지 내에서는 취사행위도 금지돼있으나 환경감시원이 일일이 금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3년째 이곳을 담당하는 환경감시원 원모(66)씨는 "불을 피우면 안 된다고 해도 저녁이 되면 취사하시는 분들이 있고, 개수대에 음식물을 그냥 붓고 가시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과 찾는 피서객도 많아 덩치가 큰 반려견을 씻기거나 취사행위를 한 뒤에 강에서 설거지하는 피서객도 간혹 있어 실랑이를 벌인 적도 있다고 전했다.



춘천시 사북면 지암리 계곡에서도 부끄러운 시민의식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도로변에는 '쓰레기는 종량제봉투에 담아달라'는 표지판을 비웃기라도 하듯 검은 봉투나 포장 음식 봉투에 먹다 남은 과일부터 맥주캔, 소주병, 종이컵 등이 뒤엉켜 있었다.

이날 아침 한 차례 쓰레기를 수거해갔음에도 남은 쓰레기봉투를 살짝 들자 흘러내리는 고추장과 음식물쓰레기에 파리 떼가 금세 꼬였다.

계곡으로 내려가자 곳곳에 오래 지나지 않은 취사 흔적이 가득했다.

부탄가스, 종이컵, 아이스크림 포장지 등이 이리저리 굴러다녔고, 바로 옆 벽에 뚫린 좁은 구멍에 가위와 집게를 꽂아두고 간 피서객도 있었다.



게다가 미처 주민들의 청소 손길이 닿지 못한 수심이 깊은 곳 주변은 찌그러진 의자에 낚시용 족대 등 각종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주민 장모(78)씨는 "지난 주말에 취사하다가 단속이 나오면 굽던 고기를 그대로 버리고 도망가는 피서객도 봤다"며 "음식물쓰레기가 섞여 있으면 까마귀들이 물어뜯어 난리가 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무더위에 지자체는 환경감시원을 두거나 주민들과 합동으로 취사행위를 단속하는 등 쓰레기와 한바탕 전쟁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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