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 지브롤터가 왜 섬 대회 주최?…"지정학·역사적 이유"
NYT, 영유권 논란 지브롤터의 '국제 섬 게임' 개최 배경 조명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스페인 남단에 자리한 영국령 지브롤터는 크기는 작지만, 지리학적으로는 엄연히 반도(半島)다.
하루에도 수천 명의 스페인 사람이 육지를 통해 국경선을 넘나들고 있다.
그러나 지브롤터는 6일(현지시간)부터 12일까지 열리는 전 세계 섬들의 미니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제 섬 게임'(International Island Games)의 개최국이기도 하다.
섬이 아닌 반도에서 섬 대회가 열리는 이유는 뭘까.
7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 배경에는 지정학적, 역사적 이유가 자리하고 있다.
오랜 왕위 계승 전쟁을 치른 스페인은 1713년 위트레흐트 조약을 맺으면서 자국령이었던 지브롤터를 영국에 내줬다.
이후 스페인은 영토를 회복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렸으나 여의치 않았고, 급기야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집권하던 시기인 1969년에는 아예 지브롤터와의 국경선을 닫아버렸다.
4면 중 3면은 바다로, 나머지 한 면은 프랑코 정권에 가로막히면서 지브롤터는 1982년 12월 스페인과의 국경이 다시 열리기 전까지 섬과 다를 바 없는 지역이 됐다.
이런 연유로 지브롤터는 1985년 시작한 국제 섬 게임에 참가하게 됐으며, 1995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대회를 개최했다.
국제 섬 게임 협회의 앤디 바르농 사무총장은 "지브롤터는 거의 바닷물로 둘러싸여 있다"며 주민 수가 12만5천 명 이하여야 한다는 참가 규정에도 부합해 30여 년 전 대회에 초대받았다고 설명했다. 5.8㎢ 규모의 지브롤터 인구는 약 3만 명이다.
지브롤터의 이 같은 특수 상황은 지난 4일 지브롤터 당국이 영국 해병대의 도움을 받아 초대형 유조선 '그레이스 1'을 억류하면서 재차 시선을 끌었다고 NYT는 전했다.
호세프 보렐 스페인 외무장관 대행은 "이번에 억류가 진행된 해상은 우리가 알기로는 스페인 영해"라면서 스페인 주권이 침해당했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NYT는 지브롤터를 둘러싼 정치적 분쟁과는 관계없이 이미 대회가 개막했다면서 주민들도 영토 분쟁보다는 대회 유치에 따른 국제적 이미지 제고, 스포츠 시설에 대한 투자 확대, 대회 기간의 교통 체증 등에 더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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