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반바지 '나비효과' 있을까…수원시청서 반바지 패션쇼

입력 2019-07-08 15:42
수정 2019-07-08 15:58
공무원 반바지 '나비효과' 있을까…수원시청서 반바지 패션쇼

공무원과 운동선수 22명이 파격적인 반바지룩 선보여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와~ 우리 국장님 멋있다", "오! 보기 좋은데, 나도 반바지 한번 입어볼까."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 경기도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8일 오후 2시 경기 수원시청 1층 로비가 반바지 패션쇼장으로 변했다.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로비 중앙에 마련된 런웨이로 반바지 복장을 한 모델들이 걸어나오자 로비에 모인 300여명의 수원시청 공무원이 환호성을 올렸다.

이날 패션쇼는 직원들의 반바지 복장 정착을 독려하고자 수원시가 마련한 행사로, 수원시청 공무원과 수원시 소속 조정·배구단 선수 등 22명이 모델로 참여했다.

이번 패션쇼가 최근 불거진 공무원의 반바지 차림 찬반 논란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패션쇼는 무더운 여름철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시원한 복장으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정장·근무복·체육대회·단합대회 등 4가지 반바지 스타일룩을 제안했다.

패션쇼가 시작되고 나서 길영배 수원시 문화체육교육국장이 정장 반바지 스타일로 런웨이를 걸어가자 휴대폰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터지고, "하하~ 호호~와~"하는 함성이 쏟아졌다.



평소 정장 바지와 재킷만 입던 선배 공무원이 세련되고 반듯한 정장 스타일의 반바지를 입고 변신한 모습에 후배 공무원들이 박수로 응원했다.

정장 스타일에 이어 셔츠와 반바지를 조합한 '근무복룩'이 무대에 올려지자 "나도 저렇게 한번 입어봐야지", "생각보다 괜찮은데"라는 속닥거림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남자 조정 선수의 탄탄한 근육과 훤칠한 키의 여자 배구선수들의 워킹이 나올 때는 우레와 같은 함성과 휴대폰 셔터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어 다소 튀어나온 배를 당당히 내밀고 선글라스까지 낀 이상균 언론담당관이 자신있게 런웨이를 활보하자 환호와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패션쇼에 나선 공무원과 선수들은 김경아 수원여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로부터 스타일링과 워킹 교육을 받고 무대에 섰다.

이상균 언론담당관은 "30년이 넘게 공직생활을 했는데, 업무시간에 반바지를 입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이제는 공직사회도 복장의 혁신을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입어보니 반바지가 매우 좋다"라고 말했다.



반바지 패션쇼에는 염태영 수원시장과 조명자 수원시의회 의장이 카메오로 출연했다.

수원시를 상징하는 수원청개구리 모양의 헬멧을 쓰고, 반바지를 입고 나온 염 시장은 "반바지가 예의에 어긋나고 격이 떨어진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다. 반바지 착용을 통해 가장 보수적이라는 공직사회에 작은 변화가 확산하길 기대한다"라며 "시민과 공직자가 함께 '시원한 여름'을 만들어가자"라고 말했다.

수원시는 지난해 여름 염 시장이 반바지를 입고 공식행사에 참여하거나 출근하면서 시청과 구청, 동주민센터에 반바지 열풍이 불었고, 전국 10여개 지자체가 수원시의 반바지 복장 혁신을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hedgeho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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