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라 상용화 가능성 커…개인정보 유출·돈세탁 등 우려"
금융위 동향 보고서 공개…"페북 사용자 예금 10%만 투자해도 2조달러"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최근 페이스북이 공개한 새로운 가상화폐 '리브라(libra)'가 상용화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개인정보 유출이나 돈세탁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 등을 담은 '리브라 이해 및 관련 동향' 자료를 8일 언론에 공개했다.
금융위는 리브라가 기존 가상통화들보다 상용화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리브라는 다수의 통화로 구성된 은행예금, 미국 국채 등 실물 자산에 연동해 가치를 보장하는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이므로 가격 변동성이 제한된다는 게 페이스북 측의 설명이다.
범용성도 크다. 페이스북은 이미 다수 이용자를 확보했다. 페이스북 이용자만 24억명이고, 자회사인 왓츠앱이 15억명, 인스타그램이 10억명 수준이다.
그러나 리브라는 아직 세부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그 실체를 알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국채나 실제 은행 계좌 등과 연계해 가치가 들쭉날쭉하지 않게 한다는 방침이지만, 취급 업소에서 거래되는 과정에서 투기가 개입되면서 본질적 가치와 괴리될 수 있다.
실제로 가상화폐 테더의 경우 미화 1달러에 가치를 고정했다고 하지만, 지난해 7월 현재 취급 업소 가격이 1.32달러까지 오른 바 있다.
개인정보가 대거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 자회사 캘리브라를 통해 금융데이터를 따로 관리하겠다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사례를 보면 아주 안심할 수는 없다.
리브라는 기존 금융 시스템과 은행 산업, 금융소비자 등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24억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사용자가 은행예금의 10분의 1만 리브라에 투자해도 리브라 적립금은 2조 달러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은행들의 지급 능력이 떨어지고 대출금이 줄 수 있다. 막대한 해외 자금 이전으로 국제수지가 취약한 신흥시장에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욱이 금융위기나 외환위기가 발생하면 법정 화폐에서 리브라로 자금이 쏠리는 일종의 '뱅크런' 사태가 일어날 수 있으며 이 경우 위기가 더 심화한다.
은행을 통한 통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리브라가 자금세탁 수단으로 변질할 수도 있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대형 금융회사는 규제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참여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브라가 중앙은행의 통화를 대체할 경우 통화정책 효과도 제한된다. 다만 디지털 결제수단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발행이 촉진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리브라로 사실상 무료로 해외 송금을 할 수 있으므로 은행의 해외 송금 수익이 떨어질 수 있다. 작년 기준 해외 송금액은 국내 14조원, 전 세계 620조원 수준이다.
금융소비자로서는 리브라 준비금에 포함된 법정통화의 가치가 오르면 환 손실을 볼 수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준비금이라는 바스켓 안에 여러 환이 들어가 있어서 환율 등락에 차이가 없도록 하겠다고는 하는데 영향이 없진 않을 것"이라며 "환율의 등락에 따라 리스크(위험)가 전이되니까 일반적인 수준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리브라를 이용하면 전통적 금융 이용에 따른 이자수익과 신용카드 혜택을 받을 수 없고, 정부의 예금보험 대상에도 제외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이달 18일 내년부터 리브라를 발행해 송금·결제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고객들은 페이스북, 왓츠앱, 인스타그램 등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리브라를 구매하고 전자지갑에 넣어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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