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살아남은 유대인 영화제작자 브라우너 100세로 별세

입력 2019-07-08 12:06
홀로코스트 살아남은 유대인 영화제작자 브라우너 100세로 별세

'유로파 유로파' 등 100여편 제작…홀로코스트 주제로 한 작품도

(서울=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폴란드 출생의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 생존자이자 독일의 저명한 영화제작자인 아르투르 브라우너가 100세를 일기로 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모니카 그뤼터스 독일 문화부 장관은 전후 독일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제작자 중 한 명을 잃었다고 애도했다. 그뤼터스 장관은 브라우너가 독일에서 영화를 만들며 민주주의 복구에 도움을 준 것이 "우리나라에 큰 선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홀로코스트의 희생자들이 잊히지 않도록 수십 년간 힘써온 그의 노력에 경의를 표했다.

브라우너는 유대인 목재 상인의 아들로 1918년 8월 1일 폴란드 우치에서 태어났다.

학교가 끝나면 영화관으로 곧장 달려갈 정도로 어려서부터 영화에 큰 흥미를 보였던 그는 1939년 나치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한 뒤 가족과 동쪽으로 도망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이후 미국으로 이주한 부모와 달리 형과 함께 베를린에 정착했다.

이후 서독에서 센트럴 시네마 주식회사를 설립,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제작사로 키워냈으며 그 자신도 유명 영화제작자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는 독일 영화계의 황금손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수백 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1960년대 범죄 영화인 '마부제 박사' 시리즈와 로미 슈나이더 주연의 '걸스 인 유니폼'과 같은 주옥같은 히트작들을 제작해 영화계 거두로 인정받았다.

브라우너는 자신이 경험한 아픈 역사를 스크린에서 다루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수용소 수감자들이 폴란드인 의사의 도움으로 탈출하는 이야기를 그린 1948년 영화 '모리투리'는 당시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브라우너는 "나치 피해자 문제를 다룬 사실상 첫 영화"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도 있다. 그가 제작한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의 1990년작 '유로파 유로파'는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 부문에서 수상했다.

이 작품은 한 소년이 유대인인 사실을 숨기려고 히틀러의 최측근 조직인 '히틀러 소년단'(히틀러 유겐트)에 가입하는 내용을 다뤘다.

최근에는 유럽에서 득세하는 우파 포퓰리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해 dpa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젊은이들에게 극우 포퓰리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며 미래 세대에 대한 조언을 남겼다.

그는 2017년 먼저 숨진 아내와의 사이에 4명의 자식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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