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日 보복에 분주해진 정부, '국익' 만 생각하라
(서울=연합뉴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가 본격화되면서 우리 정부와 기업인들이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바빠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0일 30대 그룹 총수들과의 간담회를 거의 확정한 상태이고,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7일 5대 그룹 총수와 만나 대응방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르면 이날 일본에 직접 가서 현지 경제인들과 만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는 장기화할 경우 우리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와 기업인들의 지혜로운 대응이 중요하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일본이 수출규제에 나선 3가지 부품·소재는 모두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것들로, 다른 데서 구하기도 매우 힘든 것들이다. 일본이 우리 급소를 정확하게 죄었고. 우리는 이 위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치명상을 입거나 굴욕적인 패배를 당할 판이다.
물론 일본에도 약점과 급소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작년까지 54년간 한해도 일본에 무역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지금까지 누적적자만 708조원이나 된다. 이런 관계는 두 가지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양국 관계가 악화돼 무역이 중단되면 일본이 더 손해를 본다. 두 나라 모두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로서 무역흑자가 간절한데, 일본으로서는 이 흑자가 사라지는 것이다. 일본 언론들이 이 조치 중단을 촉구한 게 이런 맥락에서다. 우리도 일본에 긴요한 품목이나 부문을 골라 보복을 한다면 일본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둘째, 대일본 무역적자가 굳어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도 무역적자를 탈피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구조가 유지된 것은 시장원리가 그 방향으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즉 일본과는 적자를 보더라도 일본의 싸고 좋은 부품을 사서 쓰는 것이 나았다는 뜻이다. 이렇게 부품을 일본에 의존해온 것이 지금과 같은 갈등 상황에선 약점이 된다. 수입선 다변화나, 부품 국산화가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위기탈출의 과제를 안은 정부는 이번 사태를 맞아 오직 국익만을 생각하고 총력대응을 하기 바란다. 면밀한 상황분석과 기업인들과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 정확한 판단이 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대통령이나 고위관료들이 기업인들을 만나는 것이 실질적인 해법을 찾기 위한 것이어야지, 자칫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돼서는 안 된다. 우리 정치인들은 과거 재해 등이 발생하면 현장에 달려가 구조나 상황수습에 바쁜 실무진들에게 보고를 받는 바람에 지탄을 받은 사례가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그런 일은 없다. 일본의 경제보복은 국가적 위기가 올 수도 있는 사안이다. 그 대응과정에 정치적 계산 등의 요소가 개입된다면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의 이번 조치가 자국 참의원 선거에서 반한 감정을 자극해 집권여당 지지자들의 표를 모으려는 행위로 분석되고 있긴 하지만, 그걸 비난하는 것만으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선거 끝나면 달라지겠지' 하는 기대도 매우 위험한 자세다. 외교적 해법도 모색해야 하지만 분쟁 확전 시 대응전략 마련도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인들의 눈부신 노력과 능력이 발휘되길 기대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