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는 다른 한국 서원…고유한 유산 가치 인정받다

입력 2019-07-06 20:46
중국과는 다른 한국 서원…고유한 유산 가치 인정받다

제향 인물·입지·기능·통일성 등에서 차이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서원'(書院)이라는 단어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 베트남에도 존재한다.

기원은 중국 당나라 말기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어느 정도 제도화한 서원은 주자(朱子, 1130∼1200)가 운영한 장시(江西)성 백록동서원(白鹿洞書院)이 시초로 알려졌다.

6일 한국의 14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서원'(Seowon, Korean Neo-Confucian Academies)은 중국 서원의 영향을 받았지만, 여러 면에서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한국 서원은 민간인인 사림이 중심이 돼 건립한 사설 학교이지만, 초기에 사립학교였던 중국 서원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관이 주도하는 관학(官學)이 됐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또 중국 서원이 관인을 양성하는 학교 기능을 중시했다면, 한국 서원은 향촌사회에 깊숙이 침투해 교육과 교화를 모두 추구했다.

한국의 서원 통합보존관리단 관계자는 "서원 목적이 중국은 입신과 출세, 한국은 심신 수양이었다"며 "중국 서원이 마을 중심에 있었다면, 한국은 서원을 자연 속에 건립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건축사를 전공한 조재모 경북대 건축학부 교수는 "중국 서원에서는 공자를 제향했지만, 한국 서원은 지역 스승을 모시고 학파를 만들어갔다"며 "중국 서원은 역사가 길고 넓은 지역에 분포하나, 우리 서원은 조선을 성리학적 사회로 만든다는 이념에 따라 통일되고 정돈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중국 서원에서는 공자를 제향하는 문묘(文廟)를 갖춘 곳이 많지만, 한국 서원에는 지역이나 학파를 빛낸 학자 신위를 모신 사당이 있다.



이상해 성균관대 건축학과 명예교수는 "중국에서는 성리학 이후에도 양명학, 훈고학 같은 다른 유학이 발전했지만, 조선은 줄곧 성리학을 깊이 연구했다"며 "현대에 와서 중국은 문화대혁명 등을 거치면서 서원 제사가 거의 단절됐지만, 우리나라는 지금도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는 가신을 대상으로 한 사숙이 있었지만, 지역에 뿌리를 둔 서원 같은 교육기관은 사실상 없었다"며 "한국의 서원이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우리 서원이 외국 서원과 차별화한 유산이라는 점이 인정됐다"고 덧붙였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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