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인구조사에 시민권 질문 포함' 행정명령 고려 중"(종합)
"4∼5가지 방법 있어"…법무부 "모든 옵션 검토"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2020년 인구조사 때 시민권 보유 여부를 물으려던 정부 계획이 법원에서 가로막힌 것과 관련, 행정명령 발동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 인구조사에서 시민권 질문을 추가하는 행정명령을 내릴 것인지에 대해 "우리는 그렇게 하는 것에 관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4∼5가지"라며 "그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방법의 하나"라고 부연했다.
그는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 우리는 아마 추가사항을 덧붙일 수도 있을 것"이라며 현재 내년 인구조사 질문지가 인쇄 작업에 들어갔지만, 시민권 보유 여부에 대한 질문지가 부록과 같은 형태로 추가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구조사에 150억∼200억 달러를 쓰는데도 시민인지를 물어볼 수 없다"면서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그건 거의 항상 질문돼 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시민권 질문이 필요한지에 대해선 "첫째로 의회를 위해 필요하다"면서 의회와 선거구 획정, 예산안 책정 및 이를 어디에 사용할지를 위해 필요하다며 많은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 인구조사는 헌법과 연방법에 따라 10년마다 이뤄진다. 조사 결과는 50개 주의 연방하원 의석수 배분과 선거구 획정에 반영된다. 공립학교, 의료보험 혜택, 법 집행, 고속도로 수리 등 연방 서비스에 관한 예산 분배에도 사용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인구조사에서 시민권 질문은 1820년부터 이뤄졌지만 1950년 이후 빠졌다고 AP는 전했다.
지난해 3월 상무부는 2020년 인구조사에서 미 시민인지를 확인하는 질문을 추가하겠다고 발표했으나, 18개 주(州) 정부는 이 질문이 포함되면 시민권이 없는 이민자들이 답변을 거부하는 사례가 속출해 인구조사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며 소송을 냈다.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28일 판결에서 인구조사에 시민권자 여부를 묻는 문항을 추가하지 못하도록 결정했다.
정부는 소수 인종의 투표권 보호 법률을 더욱 잘 집행하기 위해 인구조사에 시민권 질문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이런 논리를 "억지로 꾸민 것 같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대법원은 정부가 법적인 검증을 통과할 수 있도록 이 문제에 대한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그럴듯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시민권 질문 추가를 정당화할 새 이유가 제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시민권 문제를 둘러싼 3건의 소송이 하급심 법원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그중 히스패닉과 관련한 1건을 맡은 메릴랜드주 연방지방법원의 조지 헤이즐 판사는 이번 사안에 관한 정부 계획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법무부에 이날까지 시민권 질문과 관련한 정부 계획을 알려달라고 했다. 이는 정부 조치의 배후에 인종적 편견과 차별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원고 측 주장과 관련해 심리에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법무부는 법원에 낸 5쪽 분량 서면에서 "2020년 인구조사에 시민권 문제를 포함시킬 법적 근거를 계속 모색할 것"이라며 "사용 가능한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행정명령 검토와 관련, "미 헌법은 구체적으로 인구조사를 감독하는 직무를 의회에 맡기고 이에 대한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고 있다"며 이는 시민권 질문을 추가하려는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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