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융커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 추천과정 투명하지 않았다"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5일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이 추천된 데 대해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융커 위원장은 이날 핀란드 헬싱키를 방문, 올해 하반기 EU 순회의장국이 된 핀란드 측과 업무 협의를 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EU 지도부와 28개 회원국 정상들은 지난달 30일부터 3일간 마라톤 협상을 진행하며 진통을 겪은 끝에 폰데어라이엔 장관을 EU의 행정부 수반 격인 집행위원장 후보로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폰데어라이엔 장관은 이달 중순 예상되는 유럽의회 인준투표에서 과반수(376명)의 찬성을 받으면 집행위원장으로 공식 선출되게 된다. 특히 그는 EU 역사상 첫 여성 집행위원장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EU 정상들은 폰데어라이엔을 집행위원장 후보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지난 2009년 12월 발효된 EU 헌법 격인 리스본 조약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
리스본 조약은 EU 정상회의가 집행위원장 후보를 추천할 때 유럽의회 각 정치그룹이 집행위원장 후보(슈피첸칸디다트)로 선출한 사람을 우선하여 검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U 집행위원장의 경우 EU 회원국 국민이 직접 투표를 통해 선출하는 효과를 줌으로써 유럽의회 선거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높인다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EU 회원국 정상들의 논의 과정에 유럽의회 정치그룹의 슈피첸칸디다트들이 압도적 다수(EU 인구의 65% 이상을 차지하는 21개국 정상)의 지지를 얻지 못하자 후보에서 곧바로 제외됐다.
대신 슈피첸칸디다트와는 거리가 먼 폰데어라이엔이 다크호스로 떠올라 집행위원장 후보로 결정됐다.
융커 위원장은 지난 2014년 유럽의회 선거 때 중도 우파 성향인 유럽국민당(EPP)의 슈피첸칸디다트로 뽑혀 선거를 진두지휘했고, 선거 결과 EPP가 제1당이 돼 집행위원장에 선출됐다.
융커 위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 슈피첸칸디다트"라고 강조했다.
유럽의회 내에선 EU 회원국 정상들이 집행위원장 후보를 결정해 추천하는 과정에 의회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폰데어라이엔 후보가 의회 인준투표를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을지 현재로선 불확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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