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중년 남성들, 왜 수영장에 갔을까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오합지졸 중년 남성들의 수중발레 도전기다.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스토리지만, 늘 그렇듯 루저들의 통쾌한 역전극은 감동과 힐링을 준다.
이달 18일 개봉하는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별 것 아닌 이야기'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사실 주인공 면면을 보면 별로 눈길을 끌 만한 구석이 없다. 우울증을 앓는 백수 베르트랑, 파산 직전의 사업가 마퀴스, 캠핑카에서 지내며 로커의 꿈을 버리지 못하는 시몽, 입만 열면 독설을 내뿜는 로랑 등. 각자 가정과 일, 사회에서 소외된, 혹은 스스로 고립을 자처한 여덟 아웃사이더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주변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중발레를 일상의 탈출구로 삼는다. 사실 수중발레보다는 모임 그 자체가 위안이다. 연습을 마치고 사우나실에 둘러앉아 각자 과거와 비밀, 고민을 하나씩 털어놓을 때, 이들은 하나의 공동체가 된다.
설렁설렁 취미 삼아 수영장에 다니던 이들은 세계 남자 수중발레 대회가 곧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프랑스 대표팀으로 출전하려 목표를 세운다.
전반부는 등장인물들을 소개하는데 주로 할애한다. 여러 명이 등장하는 탓에 다소 장황하게 느껴지지만, 뒤로 갈수록 캐릭터 힘이 발휘된다. 허투루 소비되는 캐릭터 없이 인물마다 사연이 층층이 쌓이면서 영화의 결은 더욱 풍성하고 두터워진다.
웃음은 이들이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는 중반 이후부터 터져 나온다. 40∼50대 아저씨들이 여성 코치의 스파르타식 훈련에 절절매거나, 소심한 복수를 하는 모습이 웃기면서도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영화를 보다 보면 아빠, 남편, 혹은 자기 자신의 모습이 떠오를 수 있다.
이 영화는 비주얼이 관건이다. 배 나오고, 다리와 가슴에 털이 수북한 중년 남성들이 수영복만 입고 펼치는 군무가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지나친 기우다. 이들의 훈련 모습은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공포를 이겨내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훌륭한 공연을 펼쳤을 때는 격려의 박수가 저절로 나온다.
지난해 프랑스 개봉 당시 400만명을 동원했고, '블랙팬서' '아쿠아맨'을 제치고 지난해 전체 박스오피스 6위를 기록했다. 2007년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잠수종과 나비'에서 열연한 마티외 아말릭 등 낯익은 중견 배우가 대거 등장한다. 영화는 마지막 내레이션에서 "의지만 있다면 동그라미도 네모 틀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확고한 의지와 포기하지 않는 열정은 원형의 틀마저 바꿔놓는다는 것이다. 프랑스 유명 배우이자 감독인 질 를르슈가 연출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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