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강경대치…핵합의 주역 자리프 이란 외무 '사면초가'

입력 2019-07-05 16:37
미-이란 강경대치…핵합의 주역 자리프 이란 외무 '사면초가'

美 추가 경제제재 대상 예고…이란 강경파는 탄핵·처벌 주장

자리프 "나를 제재하면 미국의 의사결정 가능성도 제한될 것"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미국과 이란의 강경 대치로 2015년 이란 핵 협상 타결의 주역인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강경파들이 자리프 장관을 제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이란 강경파들은 그의 사임은 물론 처벌까지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30년 가까이 미국에서 체류한 자리프 장관은 미국식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전통 이란 차(茶)보다 미국식 커피를 좋아할 정도로 미국 문화에 익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 때문에 이란 강경파는 오래전부터 자리프 장관을 '미국인인 체하는' 인물로 조롱해왔다.

최근 이란의 핵 프로그램 제한과 미국의 대(對)이란제재 해제를 골자로 한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가 붕괴 직전까지 가면서 그를 겨냥한 양국 강경파의 공세가 한층 거세졌다.

NYT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자리프 장관이 자신의 흠 잡을 데 없고 자연스러운 미국식 영어를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강경노선에 대한 충성을 감추는 도구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폼페이오 장관은 자리프 장관을 하메네이의 "세련된 앞잡이(polished front man)"라고 부르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분명하게 이란 외무장관에 대한 제재를 요구해왔다는 게 백악관 관리들의 전언이다.

미국은 지난달 24일 이란 최고지도자와 최고지도자실, 혁명수비대 장성 8명에 대한 제재를 단행하면서 이란 외무장관에 대한 추가 제재도 예고했지만, 아직 자리프 장관에 대한 제재는 발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비판론자들은 자리프 장관 제재는 이란과의 협상 재개를 어렵게 하는 악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다만, 자리프 장관은 NYT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미국이 단행한 경제제재로 개인적으로 어떤 위협도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나를 아는 모든 사람은 나와 내 가족이 이란 외부에 어떤 재산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안다"며 "나는 심지어 외국 은행 계좌도 없다"고 강조했다.

자리프 장관은 그러면서 "나를 제재했을 때 유일한 영향은, 아마 그것이 유일한 목적일 수 있는데, 나의 의사소통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그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그것은 확실히 미국의 의사결정 가능성도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리프 장관은 미국인들에게 자신을 믿어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고, 자신이 주도한 핵 합의도 신뢰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길고 세밀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핵 합의가 위기에 처함에 따라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자리프 장관을 특정하지 않으면서도 미국과 협상하도록 자신을 설득했던 사람들이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해왔다.

이란의 다른 강경파들은 자리프 장관이 이제 사임하거나 탄핵을 당해야 하고, 심지어 잘못된 합의를 이끈 죄를 물어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자리프 장관은 17살 때 대학에 다닐 목적으로 미국으로 이주했다.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이 발발했을 때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교의 학부생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학생 자격으로 이후로는 외교관으로 미국에 장기간 체류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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