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눕지도 못해' 콩나물 시루같은 이라크 교도소 "비인간적"
(서울=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극도로 열악한 이라크 교도소의 상황을 담은 사진들이 국제인권단체에 의해 최근 공개됐다고 CNN 방송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이날 이라크 니네베에 있는 탈카이프 교도소에서 촬영된 사진 2장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 사진에는 수감자들이 감방 바닥에 웅크린 상태로 누운 채 잠자는 모습이 담겼다.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수감자들의 팔다리가 서로 얽힌 채 일부는 다른 사람들의 무릎 위에 머리를 얹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다리를 몸통 위에 얹고 불편하게 잠을 청하는 수감자도 눈에 띈다. 수감자들 사이엔 말 그대로 발 디딜 틈도 없어 보인다.
사진 속 여성 수감자들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여성 수감자들은 눕지도 못하고 땅바닥에 앉은 채 시간을 보낸다.
수감자들의 옷과 소지품 때문에 벽면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움직일 공간이 거의 없는 곳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여성들도 있다.
HRW는 익명의 고위 이라크 교도소 전문가를 통해 사진들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CNN은 이 사진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한다.
알리 아크람 알-바야티 이라크 인권고등판무관실(IHCHR) 위원은 "불행히도 (사진속 장면은) 사실"이라며 부족한 인프라와 수감자 수, 수용시설 직원의 부패 등이 열악한 환경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마흐무드 알 자부리 니네베 지역 보안책임자 역시 최근 이슬람국가(IS)와 전투 과정에서 수감자 수가 크게 늘었다고 강조했다.
HRW가 인용한 익명의 전문가는 니네베 지방 3곳(탈카이프·파이살리야·타스피라트)에 재판 직전의 용의자를 가두는 시설도 있다고 밝혔다.
이 시설의 수용 능력은 2천500명이지만 최소 5천400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CNN은 교도소 고위관계자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과밀 수용으로 식량은 물론 담요, 매트리스, 의류 등 생활필수품 공급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RW는 "이라크 당국은 수감자들이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수감생활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라크 당국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2010년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보고서상에는 이라크에 3만명에 이르는 죄수들이 수감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종종 고문과 학대를 당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HRW는 니네베에서 적어도 4명의 수감자가 숨졌다며 이는 적절한 치료 부족과 열악한 환경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끔찍한 교도소 여건이 수감자들을 오히려 과격하게 만들 있다고 HRW는 경고했다.
라마 파키흐 HRW 중동 담당 국장은 "과밀 수용 문제는 수감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당국은 앞으로 이라크 교도소의 상황이 더 많은 불만을 조장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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