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괴테 연구자 전영애가 새로 번역하는 괴테 전집
도서출판 길, 20권 예정…1·2권 '파우스트' 출간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 전집이 세계적인 괴테 연구자인 전영애 서울대 독문과 명예교수 번역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도서출판 길은 전 교수가 모든 번역을 맡은 괴테 전집을 20권으로 출간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전 교수는 1·2권으로 펴낸 대표작 '파우스트'를 시작으로 방대한 괴테 저서 가운데 우리 독자들에게 의미 있는 저술을 선별해 묶을 계획이다.
괴테는 소설, 희곡, 시 등 문학 작품뿐만 아니라 문학론과 예술론, 여행과 관찰의 기록, 식물학, 동물학, 광학, 기상학까지 다방면에 많은 저작을 남겼다.
괴테 사후 독일에서 간행된 바이마르판은 본문만 143권에 달한다. 뮌헨판과 프랑크푸르트판은 각각 33권, 46권이다.
중국에서는 120명 번역자를 동원해 국책사업으로 괴테 전집 출간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작업이 평생 숙원이라는 전 교수는 "한국에 번듯한 괴테 전집 하나 없다는 것이 안타깝고 자존심이 상했다"며 혼자 방대한 번역에 나선 이유를 전했다.
'파우스트'는 괴테가 60여년에 걸쳐 쓴 대작이다. 운문으로 쓴 희곡 작품으로, 1만2천111행으로 이뤄졌다.
전 교수는 옮긴이 해제에서 "이미 다양한 번역본들이 있지만, 이 작품이 원래 운문이라는 것을 예감이라도 하게 하는 번역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미약하게나마 시(詩)다움이 느껴지는 번역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꿈을 오래 품었고, 그렇게 새 번역을 시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전 교수는 '파우스트'를 번역하면서 기존 한국어 번역을 전혀 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동안 나온 번역본이 서로 참조하는 과정에서 비슷해져 버렸고, 이제는 독창적인 번역이 나올 때도 됐다는 생각에서였다고 한다.
학자이면서 시인인 전 교수는 독일 괴테학회의 '괴테 금메달'을 지난 2011년 동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받았다.
괴테 금메달은 괴테학회가 1910년부터 괴테 연구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수여했으며, 관련 연구자 사이에서는 최고 영예의 상으로 꼽힌다. 수상자 대부분은 독일 출신 괴테 연구자로, 외국인은 소수에 불과하다.
전 교수는 서울대 독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튀빙겐대에서 수학했다.
주요 저서로는 '괴테 시 전집'(번역), '도시 바이마르에서 온 편지' 등이 있으며, 독일 학술서적 출판사인 발슈타인사에서 괴테 관련 연구서를 펴내기도 했다.
출판사 측은 "국내에는 아직 제대로 된 괴테 전집이 없다"며 "괴테 전집을 1인이 단독 번역한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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