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통' 김명길…실무협상 대표로 美와 담판 나서나

입력 2019-07-04 13:27
수정 2019-07-04 14:52
'미국통' 김명길…실무협상 대표로 美와 담판 나서나

자수성가형으로 영어 능통하고 20여년 경력 베테랑 대미 협상가

'마카오 BDA' 협상 주역…클린턴·부시 전 행정부 대북 인맥 폭넓어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미 정상의 판문점 합의에 따라 내달 열리는 북미 간 실무협상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마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북측의 김명길(60) 대표는 수십년간 대미 문제를 다뤄온 '미국통'이다.

그는 북미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한 1980년대 말부터 말단 외교관으로 북미 현안에 깊숙이 관여했다. 특히 현재 김정은 정권의 대미 외교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제1부상과 함께 오랫동안 손발을 맞춘 베테랑 대미 협상가다.

김명길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 베트남 주재 북한 대사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하노이 도착과 대사관 방문을 영접했고 회담 결렬 직후인 지난 4월 부임 약 4년 만에 평양으로 귀환했다.



3년 임기를 넘긴 것도 있겠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대미 협상의 중심축이 당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바뀌고 새 라인업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리 외무상과 최 제1부상의 추천을 받아 비건 대표를 상대할 적임자로 낙점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사실 김명길은 트럼프 행정부에는 낯선 인물이지만, 북미 대화·협상이 활발했던 클린턴 및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의 대북 협상가와 전문가들과 폭넓은 인맥을 가진 인물로 알려져 있다.

2009년 유엔대표부 차석 대사를 마치고 귀환 후 아태 국장과 베트남 대사로 잠시 '외도' 하기 전까지는 대미 외교의 한 우물을 파온 전문가다.



1997년 유엔대표부 참사관 시절 4자회담 설명회에 참석했고 북한 미사일 추가 발사 문제가 최대 관심사였던 1999년 4자회담 6차 본회담부터 대표단원으로 활동했으며, 2000년 북미 쿠알라룸푸르 미사일 회담에도 참여했다.

2000년 10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는 유엔대표부 참사관 신분으로 대표단에 포함됐다.



그는 평양 귀환 이후에도 외무성 미주국 부국장과 산하 군축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미국을 자주 방문하는 등 북미 간 다양한 대화에 참여했다.



2006년 10월에는 차석 대사로 승진해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에서 근무하면서 대미 협상과 외교를 전담했다.

특히 2007년 크리스토퍼 힐 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치열한 협상으로 북미 핵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북한 자금 2천500만 달러 송금 문제를 해결했고, 이어 재개된 북핵 6자회담 경제·에너지 실무그룹 회의 북측 수석대표로 활약했다.

평양 귀국 이후 아태 국장으로 활동하면서도 2011년 평양을 방문한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과 김영남 당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면담에 배석하는 등 대미 인맥을 과시했다.

김명길은 자강도 만포시의 평범한 노동자 가정 출신으로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인물로 알려졌다.

부모를 일찍 잃었지만, 워낙 공부를 잘해 김일성종합대학 외국어문학부 영어문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고 재학 중 영어를 쓰는 남미국가인 가이아나 유학으로 영어 실력도 월등했다는 후문이다.



유학 후 곧바로 외무성에 들어가 자메이카 주재 서기관을 잠시 거쳐 1997년부터 유엔대표부 참사관으로 근무하며 승승장구했다.

서민 출신으로 이렇다 할 배경도 없지만, 업무 능력이 뛰어나고, 조용하지만 강단 있는 원칙주의자로 일찍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승승장구한 외교관으로 꼽힌다.

그가 베트남 대사로 근무한 것도 입지가 줄어서가 아니라 외무성 내에서 대사 근무 선호도가 높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또 김명길은 최 제1부상의 지휘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는데 김정은 체제 들어 최 제1부상의 입지가 급격히 커지면서 과거 국장과 부국장이던 두 사람의 상하관계도 바뀌었지만, 북한 내에서는 일반적인 현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풍토다.

ch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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