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800억 끌어모은 불법 선물사이트 적발…BJ 앞세워 회원모집
서버·콜센터 중국에 두고 단속 피해…사실상 사이버도박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증권 전문 BJ(인터넷방송 진행자)와 짜고 투자자를 끌어모아 1천800억원대 불법 선물거래 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이 검찰에 붙잡혔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김태권 부장검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도박공간개설 혐의로 사설 선물사이트 운영자 윤모(43) 씨, 영업담당 송모(37) 씨 등 6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6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선물거래용 홈트레이딩시스템과 유사한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만든 뒤 투자 회원을 모집했다.
코스피200 등 실제 시장의 선물지수가 거래 기준이 됐지만, 각종 종목을 실제로 매매하는 것이 아니라 선물 시세의 등락을 예측해 '베팅'하는 일종의 사이버 도박장이었다.
투자 회원은 BJ를 통해 끌어모았다. "수십만원으로 손쉽게 선물거래를 할 수 있다"고 홍보해 1천500∼2천명의 회원이 투자금 1천854억원을 입금했다.
투자 회원의 손실액은 사이트 운영진이 이익으로 챙겨가는 구조였다. 베팅 수수료와 회원의 손실금 등으로 윤씨 한 사람이 거둔 범죄 수익만 15억원에 이른다.
수사 관계자는 "사설 선물사이트는 통상의 도박 사이트와 달리 투자자들로부터 거래 수수료까지 받기 때문에 운영진이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BJ들은 인터넷방송, 포털사이트 카페에서 특정 선물사이트 거래를 추천하고, 수수료 수익의 20∼50%를 소위 '리딩비용(종목추천 수수료)'으로 가져갔다. BJ들이 챙긴 수수료는 인당 1억3천만∼5억1천만 원 수준이다. 적극적으로 가담한 BJ 2명은 구속됐다.
윤씨 일당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서버와 사무실을 중국에 뒀다. 사이트 이름도 주기적으로 변경했다.
검찰은 중국에서 불법 선물거래 사이트 콜센터를 관리한 주범과 대포통장 공급자 등을 추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범죄 수익 환수를 위해 윤씨가 차명 또는 본인 이름으로 보유한 아파트 13채와 거제·통영 등지에 보유한 토지 14필지를 추징보전 조치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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