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행정수반 후보 폰데어라이엔, 대학시절 獨적군파 표적돼 피신

입력 2019-07-04 10:48
EU 행정수반 후보 폰데어라이엔, 대학시절 獨적군파 표적돼 피신

"당시 독일에선 느끼지 못했던 자유와 삶의 기쁨에 눈 떠"

14년간 메르켈 내각서 근무한 연방주의자…"EU 군대 열망"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유럽연합(EU)의 행정 수반 격인 집행위원장 후보로 결정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은 대학 시절 독일 좌파 테러단체의 표적이 돼 1년 이상 영국에서 숨어 지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978년 당시 19살이었던 폰데어라이엔은 '바더-마인호프'라고 불리던 악명 높은 독일 적군파(RAF)가 그녀를 납치할 계획이라는 경고를 듣고 영국으로 피신했다.

그녀의 아버지인 에른스트 알브레히트는 1976년부터 1990년까지 독일의 니더작센주 정부 총리를 지낸 중도 우파 정치인이었다.

암살과 납치를 자행하는 좌익 테러단체의 표적이 된 폰데어라이엔은 독일에 남아 24시간 경호를 받거나 영국으로 건너가 가명으로 사는 두 가지 선택권이 있었는데 그녀는 영국을 선택했다.

영국으로 떠나기 전 폰데어라이엔은 독일 중부에 있는 괴팅겐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었는데 당시 그 대학에는 좌파 테러에 공감하는 급진적인 학생들이 많았다고 한다.

영국으로 도피해 '로즈 래드슨'이라는 가명으로 런던정치경제대학에 입학한 폰데어라이엔은 1년간 가족과 떨어져 살면서 자신의 세계관이 형성됐고, 독일에선 느낄 수 없었던 '자유'와 '삶의 기쁨'에 눈을 떴다고 한다.

폰데어라이엔은 "나에게 런던은 현대성의 전형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간직하는 내면의 자유를 선사했다"며 "다른 문화가 공존하면서 잘 지낼 수 있다는 깨달음도 얻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그는 "독일인은 유럽 문제에 지나치게 열중하고, 프랑스는 감정적이고, 이탈리아는 즉흥적"이라며 "영국인은 회의론, 절제, 위대한 실용주의로 그들의 모든 것을 만들었다"며 영국은 EU에 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폰데어라이엔은 이달 중 유럽의회 인준투표에서 유럽의회 의원 751명 가운데 과반의 찬성을 받으면 장클로드 융커 현 집행위원장의 뒤를 잇는 EU 역사상 첫 여성 집행위원장이 된다.

기독민주당 지역 정치인이었던 폰데어라이엔은 같은 당 소속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2005년 연방정부 가족여성청년부 장관으로 발탁해 독일 중앙 정치무대에 데뷔시킨 인물이다.

7명의 자녀를 둔 어머니이기도 한 그녀는 가족여성청년부 장관으로 근무하면서 어린이집을 대폭 확충했고, 남성 육아휴직 제도를 강화했다고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전했다.

2009년 독일 연방정부 노동사회부 장관에 임명된 이후에는 기업 이사회 여성 할당제를 지원했다.

2013년부터 국방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로의 무기 수출을 장려했고, 최소한 독일 기준으로 보면 대외정책에서 강경파였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진단했다.

폰데어라이엔은 연방주의자로 EU가 미국, 독일, 스위스와 같은 연방 국가처럼 움직일 것을 요구해왔고, EU 군대 또한 열망한다고 말한다고 인디펜던트는 덧붙였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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