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In] 깨져버린 종량제봉투 가격 단일화 '선심성 vs 부담완화'

입력 2019-07-04 10:10
[현장 In] 깨져버린 종량제봉투 가격 단일화 '선심성 vs 부담완화'

1일부터 부산 일부 지자체 가격 인하…가격 제각각

환경단체 "배출자 부담 원칙 위반…도미노 인하 우려"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도농지역인 부산 강서구와 기장군을 제외하고 부산 14개 구에 동일했던 쓰레기 종량제봉투 가격이 제각각 달라졌다.

부산진구·남구·북구·연제구가 지난 1일부터 종량제봉투 가격을 인하했기 때문이다.

이들 4개 구가 가격 인하를 단행한 것은 전국에서 가장 비쌌던 부산 종량제봉투 가격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단체 등 일각에서는 일부 구가 선심성 공약이행 때문에 2012년 종량제봉투 가격 단일화 합의를 깨고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며 7년 만에 지역별로 종량제봉투 가격이 달라진 것에 대해 혼란을 우려했다.

◇ 달라진 부산 종량제봉투 가격…혼란은?

부산은 2012년 '생활 쓰레기 종량제봉투 가격 단일화' 정책에 따라 도농지역인 강서구와 기장군을 제외한 14개 구 종량제봉투 가격을 단일화했다.

가격은 10ℓ 기준 430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쌌다.

타 지자체보다 비싼 종량제봉투 가격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자 일부 기초지자체가 종량제봉투 가격 인하를 추진했다.

결국 부산진구, 연제구, 북구, 남구 등 4곳이 이달 1일부터 가격을 인하했다.

부산진구는 10ℓ 봉투만 430원에서 300원으로 130원 인하했다.

연제구와 북구 남구는 모든 규격 종량제봉투 가격을 인하했다. 10ℓ 봉투를 기준으로 연제구와 남구는 390원, 북구는 340원으로 가격을 내렸다.

7년 만에 달라진 지역별 가격 차이로 인해 쓰레기 수거 현장에서 혼란이 우려된다.

종량제봉투는 해당 구군 명칭이 적힌 일반용 봉투(주로 흰색), 부산시 전역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문구가 적힌 재사용 봉투(파란색 봉투)로 나뉜다.

기존에는 가격이 모두 같았기 때문에 사실상 봉투를 구매한 지역 구분 없이 쓰레기가 수거됐다.

부산시 전역에 사용할 수 있는 봉투까지 가격이 지역별로 차이를 보이면서 가격이 저렴한 곳에서 봉투를 구매하는 '종량제봉투 사재기' 우려가 나왔다.

부산시 관계자는 "아직 큰 혼란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밝혔다.

그리고 재사용 봉투에 '부산시 전역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문구를 빼고, 상습적으로 자기 지역 종량제봉투를 사용하지 않는 가구는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고 경고장을 붙이는 등 응급처방책을 내놓았다.

◇ 환경단체 "선심성" vs 4개 구 "부담완화"

부산진구·연제구·남구·북구는 주민부담 완화를 위해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고 말한다.

북구 관계자는 "부산이 타 지역에 비교해 많게는 2배가량 가격이 비싸 주민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며 "가격을 인하하면 무단투기 등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환경단체는 가격 하락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종량제봉투 가격을 인하한 구는 약 2억∼6억가량 손실금이 발생한다.

가격 인하에 따른 재정부족분을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자원순환시민센터는 성명서를 내고 "타 지역들이 인상에 따른 여론 부담에도 불구하고 종량제봉투 가격을 지속해서 높여나가고 있는 데 반해 부산만 일부 지역이 가격을 인하했다"며 "선심성 공약이행이 쓰레기 감량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염배출자 부담 원칙을 훼손하고 막대한 재정 부담 확대를 스스로 자초하는 것이다"며 "4개 구가 내세우는 이유가 서민 부담 경감이라고 하는데 대략 20%를 인하해도 1년에 몇천원 정도 인하 효과가 있어 서민 경감이 미미한 실정이다"고 말했다.

부산시도 종량제봉투 가격을 유지하는 지역들이 도미노처럼 가격을 인하하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시는 지난달 16개 구·군과 머리를 맞댄 대책회의에서 '깨져버린 가격 단일화'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는 한편 종량제봉투 가격을 인하했을 때 문제점 등을 설명하며 분위기에 휩쓸려 가격 인하에 동조하지 않도록 유도했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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