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존슨 "저소득층에 더 큰 타격…설탕세 재검토해야"
밀크셰이크에 설탕세 확대 부과 반대…"운동 더 하도록 격려해야"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차기 총리 유력 후보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이른바 설탕세(sugar tax) 확대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비만 예방 등에 효과가 있다는 확실한 근거 없이 이를 확대하면 오히려 저소득층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3일(현지시간) 공영 BBC 방송,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존슨은 전날 보수당 당대표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같이 밝혔다.
존슨은 "사람들이 살을 빼고 더 건강한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저 세금을 더 많이 부과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걷고, 자전거를 타고, 더 많은 운동을 하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죄악세'(sin tax)가 실제로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지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설탕세 대상에 밀크셰이크 등을 추가하는 데 대해서도 "가장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 타격을 줄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존슨 캠페인에 속한 맷 핸콕 보건부 장관은 최근 밀크셰이크에 설탕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일각에서는 존슨이 설탕세 확대에 반대 입장을 밝힘으로써 핸콕과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시행 중인 설탕세는 당분 함유량이 높은 소프트 음료에 부과하는 것으로, 100㎖당 당분 함유량이 8g 이상이면 ℓ당 24펜스(약 350원), 5∼8g이면 ℓ당 18펜스(약 260원)를 부과한다.
순수 과일음료는 설탕이 첨가되지 않기 때문에 대상에서 제외됐다. 우유 성분이 많이 들어간 음료 역시 칼슘 함유량 때문에 설탕세가 면제돼 왔다.
죄악세는 설탕세 외에 담배나 술에 부과되는 세금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영국에서는 알코올 도수에 따라 맥주 1ℓ당 8.4∼24.7펜스(약 120∼360원)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도수가 높은 와인이나 증류주 등에는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존슨은 그러나 죄악세 중 술이나 담배와 관련해 변화를 줄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존슨은 "10월 31일 우리가 유럽연합(EU)을 떠나면 이 나라에서 정치가 행해지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역사적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며 "확실한 증거에 기반한 조세정책이 새로운 정치를 행하는 좋은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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