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년 야구 스테로이드 투여' 현직 선수 2명도 참고인 조사(종합)

입력 2019-07-03 17:04
'유소년 야구 스테로이드 투여' 현직 선수 2명도 참고인 조사(종합)

야구교실 운영 전직 프로야구선수, 청소년에 불법 스테로이드 투여

"약을 맞아야 원하는 프로야구단·대학 들어갈 수 있다" 속여

'근육 키운다'는 스테로이드, 청소년 갑상선 기능저하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전직 프로야구선수가 운영하는 유소년 야구교실에서 불법 스테로이드가 사용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이를 수사 중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일부 프로야구 선수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기로 하는 등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은 3일 전직 프로야구선수 이 모 씨가 운영하는 유소년 야구교실에서 대학 진학이나 프로야구 입단을 목표로 하는 청소년 선수에 불법 유통되는 아나볼릭스테로이드와 남성호르몬 등을 사용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이씨는 국내에 허가되지 않은 아나볼릭스테로이드와 남성호르몬 등을 야구교실 소속 학생 7명과 사회인 야구단(성인) 1명에게 투약했다.

학생 7명 중 2명은 한국도핑방지위원회 검사에서 양성으로 판정됐으며, 나머지 5명은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씨는 약사법 위반으로 전날 서울서부지법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속됐다.

이씨에 대한 조사결과에 따라 수사 범위는 더 확대될 수도 있다. 우선 식약처는 이 야구교실 출신으로 프로구단에 입단한 현직 선수 2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조지훈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 수사관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 야구교실에서 2명의 프로선수가 배출된 데 따라 이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할 예정"이라며 "이들은 (야구교실에서 스테로이드가 투여된) 시기에서 벗어나 있긴 하지만 놓치는 부분이 없도록 세밀하게 들여다보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씨가 학생들에게 투여한 아나볼릭스테로이드는 황소의 고환에서 추출·합성한 남성 스테로이드(테스토스테론)의 한 형태다. 세포 내 단백 합성을 촉진해 근육의 성장과 발달을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오남용 시 갑상선 기능 저하, 성기능 장애, 간수치 상승, 불임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아나볼릭스테로이드 제제를 성장기 청소년에 투여할 경우 갑상선 기능 저하, 성장 저해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사용해선 안 된다고 식약처는 당부했다.

이 중 남성호르몬은 사춘기 이전 남성에게 투여할 경우 뼈 끝(골단)을 조기에 폐쇄해 키 성장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약물이다.

조현 순천향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청소년에게 스테로이드 등을 주사할 경우 갑상선 기능 저하, 성장판 조기 폐쇄 등으로 성장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성기능 및 간기능 장애 등이 우려된다"며 "근력 강화나 운동 능력 향상을 위한 단기 목표로 사용하면 오히려 성장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발표된 식약처 수사 결과에 따르면 이씨는 유소년 야구선수들에게 "몸을 좋게 만들어주는 약을 맞아야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원하는 프로야구단이나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고 꾀어 불법적으로 약물을 투여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강습비 명목으로 스테로이드 제제와 각종 호르몬을 1회당 300만원을 받고 직접 학생들에게 주사했다. 그는 1년간 1억 6천만원 상당의 이득을 챙겼다.

또 전직 야구선수로 도핑 검사 원리를 파악해 약물의 체내 잔류기간을 계산해 투여하고, 이를 기록하는 치밀한 모습도 보였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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