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경비실 에어컨 설치' 결정에 의회 "전기요금 걱정 말라"

입력 2019-07-03 15:26
주민 '경비실 에어컨 설치' 결정에 의회 "전기요금 걱정 말라"

대전 서구의회, 녹원APT 경비실에 태양광 무상설치 추진



(대전=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대전시 서구 둔산동 녹원아파트 주민들이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결정하자 지방의회도 '전기요금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이 아파트 경비실에 태양광 패널을 무상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주민들이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결정한 성숙한 공동체의 힘을 보여 준 것에 대해 지방의회와 지역사회가 응답하는 긍정적인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창관 대전 서구의회 의장은 3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녹원아파트 주민들이 찜통더위에 고생하는 경비원들을 위해 에어컨을 설치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뻤다"며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할 일을 주민들이 대신 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의 노력에 이제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대답할 차례"라며 "폭염에 취약한 경비실에서 전기요금 걱정 없이 에어컨을 가동할 수 있도록 아파트 경비실에 태양광 패널을 무상으로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더라도 그에 따른 전기요금은 입주민의 관리비에 합산돼 청구된다는 점에서 입주민이 경제적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김 의장은 "세부적인 추진 방안은 서구, 아파트 주민, 시민단체와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며 "지방의회와 지자체가 주민들의 노력에 화답하겠다는 의지를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시는 최근 예산 7억5천만원을 투입해 아파트 경비실 900곳에 300W급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경비실 넓이가 보통 6.6∼19.8㎡(2∼6평)라는 점을 고려할 때 300W급 태양광 패널 2기를 설치하면 하루 4시간가량 에어컨을 가동할 수 있다.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책임활동가는 "경비실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여름과 겨울에는 전기요금 걱정 없이 냉·난방기를 사용할 수 있고, 봄·가을에는 태양광 패널로 생산한 전기를 공용전기로 쓸 수 있다"며 "주민이 앞장서고 행정과 의회가 지원하는 모범적인 행정 시스템이 실현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녹원아파트 주민들은 입주자대표회의가 부결시킨 경비실 에어컨 설치 문제를 최근 주민투표로 통과시켰다.

일부 주민들이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버지인 경비 아저씨들이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주민의 역할"이라며 에어컨 설치에 대한 주민투표를 제안했고, 투표 결과 주민 상당수가 에어컨 설치에 찬성했다.

이 아파트는 조만간 동마다 설치된 경비실 11곳에 에어컨을 설치할 방침이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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