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목선 남하' 북한주민 4명 중 2명, 귀순 의도 몰랐다(종합)
귀순자 2명 탈북 이유는 "생활고·한국영화 시청 처벌 두려워서"
목선 조업활동 중이던 것으로 결론…"잡은 오징어는 인근 상선에 넘겨"
정부 "대공혐의점 없다" 발표…"간첩선 아니고, 특수훈련 받은 특징 없어"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지난 15일 소형목선을 타고 삼척항에 내렸던 북한 주민 4명 중 2명은 선장 등의 탈북 의도를 모르는 상황에서 의도치 않게 북방한계선(NLL)을 넘게 된 것으로 정부 조사에서 확인됐다.
3일 정부 합동조사 결과 발표에서는 북한 목선을 타고 삼척항에 입항한 북한 주민 4명의 실체가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조사결과 국내에 남은 귀순자 2명은 처음부터 탈북을 결심하고 배를 탔으며, 귀환을 선택한 나머지 2명은 선장 등의 탈북 의도를 모르는 상황에서 탑승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귀순자 2명 가운데 하나인 선장 A 씨는 생활고와 가정불화가 귀순 동기였다고 진술했다.
선원 B 씨는 과거 한국에 있는 이모를 찾아 육상 탈북을 시도하다 체포돼 수감생활을 한 적이 있으며, 한국영화 시청 혐의로 조사·처벌을 받을 것이 두려워 한국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반면 귀환자 2명은 선장의 탈북 의도를 몰랐다고 진술했다.
북한에서는 어로 작업을 할 때 최소 3명이 배에 승선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선장이 이들을 추가 선발한 것으로 정부는 파악했다.
귀환자들은 운항 도중 GPS를 통해 NLL을 넘은 사실을 인지하고 돌아갈 것을 주장하며 선장과 의견 충돌을 빚었던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선장은 "이 배는 내 배니까 가고 싶으면 내려서 걸어가라"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귀환자들은 별다른 방법이 없어 "일단 가보자"는 마음으로 순응했다고 진술했다.
최초 신문에서는 4명 모두 북한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다가 이후 2명이 의사를 번복한 이유도 확인됐다.
선장의 경우 애초 한국 언론을 통해 귀순 사실이 알려지면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해 귀환하겠다고 했다가 이후 실제 송환되는 것에 두려움을 느껴 귀순 의사를 나타냈다.
선원 B 씨는 "(탈북 의사 등을) 선장이 솔직하게 다 말했다"는 조사관의 말을 듣고 귀환하겠다는 당초 진술을 번복했다.
정부는 선원 일부가 인민복과 얼룩무늬 전투복 등을 착용해 제기된 '위장침투' 의혹에 대해선 이들의 진술을 토대로 '작업복' 등의 목적으로 착용한 것이라고 파악했다.
북한에서는 군복을 작업복으로 입는 경우가 빈번하며 선장의 경우 친구로부터 받은 군복이고 귀환자 1명은 과거 군 복무 시 입었던 군복이라는 것이다.
얼룩무늬 군복의 경우 과거 특수부대에 보급됐던 것이긴 하지만, 2015년부터는 전방부대에도 보급되고 있고 북한 시장에서도 작업복으로 유통된다는 설명이다.
선원 B 씨가 인민복을 착용한 것은 선장이 출항 검열에 대비해 "깨끗한 옷을 입고 오라"고 지시하자 가장 깨끗한 옷이 인민복이라고 생각해 입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핵심 의혹 중 하나였던 '북한 목선이 실제로 조업 활동에 사용된 배였는가'와 관련해서도 선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사실상 그렇다고 결론지었다.
조업에 나선 배였음에도 배에 어획물이 없었던 이유는 선원들이 함북 경성에서 출항한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어장에서 잡은 오징어 약 110㎏을 인근 상선에 넘기고 유류 60㎏과 식료, 화폐를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또한 배가 조업 흔적이 없이 깨끗한 이유는 오징어가 그물을 들어 올릴 때 먹물을 많이 내뿜고 이후에는 물만 내뿜어 선체에 먹물이 많이 묻어나지 않는 데다, 목선의 경우 물이 내부에 수시로 드나들어 씻겨나가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배 안에 사용 흔적이 없는 그물 5대만 남은 것과 관련해선 '배에 있던 그물 15대 중 10대를 사용하다가 2대는 그물이 엉켜 절단하고 나머지는 배수펌프 고장으로 물을 빼내는 과정에서 작업에 방해가 돼 바다에 버렸기 때문'이라고 파악했다.
이밖에 북한 목선에 전등이 달리지 않았던 점에 대해선 해당 목선이 오징어를 '채낚기'가 아닌 '자망'을 던져 걷어 올리는 방식으로 조업해 전등이 필요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북한 선원들이 식사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와 관련해선 항해 중 선상에서 밥을 지어 끼니를 해결한 것으로 파악했다.
실제로 삼척항 입항 당시 선박에는 그릇, 냄비, 가스버너, 수저 등 취사도구와 쌀 28.8㎏, 감자 4.1㎏, 양배추 6.1㎏ 등 식재료 39㎏과 김치찌개, 멸치조림 등 남은 음식물 10.3㎏ 등 식재료와 음식물 49.3㎏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그물 5개, 부표 1개, 연료통 6개, 통신기 1대, GPS 플로터 1개, 노 1개, 삿대 2개 등이 발견됐다.
정부는 이런 점들을 근거로 이들에게 "대공 혐의점은 없다"고 최종 판단했다.
정부는 이들이 타고 온 배는 중국산 저출력(28마력) 엔진 1개만 장착한 소형목선으로 간첩선보다 성능이 현격히 떨어져 해상 침투·도주에 적합하지 않다고 봤다.
또한 북한 선원 4명 모두 특수훈련을 받은 신체적 특징이 없으며, 무기와 간첩통신장비 같은 물품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이들이 무기와 통신장비를 배에 싣고 오다가 해상에 투기했을 개연성과 관련해선 "간첩이 이를 소지하는 이유가 국내에 침투 후 사용하기 위함을 고려한다면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y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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