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보다 크고 해왕성보다 작은 100광년 밖 행성 대기 첫 분석

입력 2019-07-03 14:48
지구보다 크고 해왕성보다 작은 100광년 밖 행성 대기 첫 분석

허블·스피처 망원경으로 별빛 흡수 등 분석해 수소·헬륨 확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보다는 크고 해왕성보다는 작은 중간 크기의 행성은 우리 태양계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은하에는 약 80%에 달할 정도로 무수히 많다고 한다.

지구에서 약 100광년 떨어진 게 자리에 있는 적색왜성 '글리제(Gliese) 3470' 별을 도는 b 행성도 이런 중간급 크기의 외계행성으로, 허블과 스피처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암석으로 된 핵을 둘러싼 대기의 화학성분이 처음으로 자세히 관측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우주비행센터에 따르면 캐나다 몬트리올대학 천문학 교수 비요른 베네케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b 행성이 글리제 3470 앞을 지나갈 때(천체면통과·transit) 별빛을 흡수하는 것과 별 뒤를 지나갈 때(식<蝕>·eclipse) 반사광이 줄어드는 것을 측정해 대기 성분을 분석했다.

허블과 스피처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천체면 통과는 12차례, 식은 20차례 관측했다.

그 결과, 해왕성에서처럼 수증기와 메탄가스를 만드는 산소와 탄소 등의 원소가 많을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이런 원소는 적고 대신 수소와 헬륨 등이 많아 태양 대기를 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글리제 3470 b 행성이 'GJ 3470'으로도 불리는 별 가까이서 궤도를 돌면서, 대형 행성인 목성과 비교할 때 훨씬 작지만 목성처럼 원시 상태의 수소와 헬륨으로 대기를 채워 넣은 것으로 분석했다.





'뜨거운 목성(hot Jupiter)'으로 불리는 외계행성의 경우 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형성된 뒤 별에 점점 가까이 이주한 것으로 여겨지나 글리제 3470 b는 원래 지금 위치에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글리제 3470 b가 태양 질량의 절반 정도인 적색왜성에 위태로울 만큼 가까운 곳에서 태어났으며, 처음에는 암석형 행성으로 출발했지만, 별의 원시행성 원반에서 수소를 급속히 축적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지구 질량의 318배에 달하는 목성급 행성으로 덩치를 키우기 전에 원시행성 원반이 사라져 해왕성보다 작은 크기에 그친 것으로 설명했다.

글리제 3470 b 행성의 질량은 지구의 12.6배에 달하지만, 지구 17배 크기인 해왕성에는 훨씬 못 미친다. '슈퍼 지구'라고 하기에는 크고 미니(sub) 해왕성이라고 하기에는 작은 애매한 크기다.

베네케 교수는 보도자료를 통해 글리제 3470 b 행성의 대기 구성성분을 분석해 이 행성의 기원과 본질을 밝혀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결과는 행성 형성 관점에서 큰 발견"이라고 자평했다.

연구팀은 글리제 3470 b 행성의 대기가 탁하지 않아 대기 구성성분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으며, 적외선 분해능이 뛰어난 차세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배치되면 더 자세한 관측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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