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오늘 점심은 빵"…텅빈 급식실ㆍ교실서 식사해결
급식실 종사자 12명중 9명 파업참가…학생들 급식중단 "색달라"
경기 수원시 A초교 학생들, 각자 식판이나 도시락통 챙겨와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학교 비정규직 연대회의가 총파업에 돌입한 3일 경기도 수원시 A 초등학교.
낮 12시 20분에 시작되는 점심시간을 앞두고 학교 관계자들이 학년별 교실 앞으로 음식물이 가득 담긴 비닐봉지를 부지런히 옮기기 시작했다.
평소 같으면 2층에 있는 급식실은 밥을 먹으려는 학생들로 가득 차 왁자지껄했겠지만, 이날 급식실 안은 텅 비어 조용했다.
A 초교 급식실 종사자 12명 중 9명이 파업에 참여해 사흘간 급식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날 대체 메뉴는 유기농 머핀과 오렌지 주스, 바나나, 수제 소시지로 구성됐다.
학생들은 교실로 배달된 음식을 집에서 각자 챙겨온 식판과 도시락통에 담은 뒤 자리에 앉아 점심을 해결했다.
일부는 대체 음식량이 적을 거라는 생각에 밥과 빵 등 간식을 따로 챙겨왔다.
학생들은 급식중단 사태에 대해 다소 불편하다는 생각을 밝히면서도, 조리사들의 파업취지와 처우개선에는 어느 정도이해심을 보이기도 했다.
6학년 여학생은 "아침도 못 먹고 나온 아이들도 있을 텐데 파업이 너무 길다고 생각한다"며 "오늘은 점심시간 이후 수업 하나밖에 없어 문제없지만, 내일은 2교시를 더해야 해서 배고플 것 같아 뭐라도 더 가지고 와야 할 것 같다"고말했다.
다른 여학생은 "조리사분들이 처우 개선을 위해 파업을 하는 취지는 알겠다"고 이해심을 표하면서도 "그분들이 주장하는 임금 인상 주장에는 공감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답했다.
한 남학생은 "6년 동안 항상 급식실에서 밥을 먹다가 오늘 처음 빵을 먹게 돼 색다른 기분이 든다"면서 "조리사분들의 처우가 하루빨리 개선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급식이 밥 대신 빵으로 대체되면서 학부모가 직접 학교를 방문해 자녀를 조퇴시키는 장면도 목격됐다.
2학년 아들을 뒀다는 이 학부모는 "아이의 소화계통이 안 좋은데, 이날 빵이랑 소시지 등이 나온다고 해서 데리러 왔다"며 "날씨가 워낙 무덥다 보니 도시락을 싸주기도 꺼려진다"고 말했다.
3학년 딸에게 식판을 전달해주러 학교에 왔다는 또 다른 학부모는 "파업 취지는 알겠지만, 아이들의 밥 문제와 연관된 일인 만큼 한 번이라도 더 고민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A 초교는 급식 중단이 이어지는 오는 4일과 5일에도 카스텔라와 마들렌 등 빵과 과일 주스, 떡, 우유 등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또 학교 측은 초등보육 전담사 4명 가운데 2명이 파업에 참여해 담당 교사들이 돌봄교실을 운영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경기도교육청이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파악한 도내 학교별 급식 운영 계획에 따르면 2천260개 학교(병설 유치원 포함) 중 급식을 대체하는 학교는 806개(35.6%) 학교다.
A 초교를 포함해 빵과 우유 등으로 점심을 대체한 곳은 620개교다. 121개교는 학생들에게 도시락을 지참하도록 안내했고, 65개교는 단축 수업 등으로 급식을 대체했다.
도교육청은 조리 종사자, 초등보육 전담사 등 교육공무직원 3만6천296명 중 5천801명(15.9%)이 이날 총파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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