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교실마다 햄버거·과일 음료…"기말고사 앞두고 걱정"

입력 2019-07-03 13:26
[르포] 교실마다 햄버거·과일 음료…"기말고사 앞두고 걱정"

초등학교 교실은 3분의 1이 도시락 싸 와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차근호 기자 = "학생들이 내일부터 기말고사를 이틀간 치르는데 하필 그 기간에 파업이라…."

급식조리원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들어간 첫날인 3일 점심시간.

부산 연제구에 있는 A 여자중학교에는 점심시간 시작종이 울리자 문 앞에 놓여있던 햄버거와 과일 음료가 학생들에게 배식 됐다.

학생들은 평소 급식실에서 점심을 먹지만 이날은 급식실이 문을 닫아 부득이 교실에서 식사했다.

교직원이 총동원돼 대체 식사를 배달했다.



A 여중에는 6명이 급식조리원이 있지만 이날 5명이 출근하지 않았다.

이날 급식 차질이 아니었다면 이 학교 691명 학생은 찰옥수수 알밥에 건새우 콩나물, 견과를 얹은 함박 스테이크, 갈비 치킨면, 도라지 사과 무침을 먹을 예정이었다.

교사들도 이날 교무실에서 라면을 먹거나 햄버거를 먹으며 점심을 먹었다.

이 학교 교장은 "학생 선호도를 조사해 대체 급식을 짰다"면서 "영양사와 상의해 평소 급식 열량과 동일하도록 고려했다"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들은 하필 내일부터 이틀간 시작되는 기말고사를 앞두고 급식 차질이 있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학교 한 관계자는 "사춘기인 데다가 학구열이 높은 학교라 시험을 앞두고 매우 민감한 상황"이라면서 "파업 참가한 급식 종사자 입장도 배려해야 해 조심스럽지만 대부분 학교가 파업 시기가 좋지 않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4일에는 치즈 소시지 빵과 음료, 5일에는 불고기버거와 음료를 대체 급식으로 먹을 예정이다.

초등학교 교실에는 대체 급식에도 불구하고 도시락이 등장했다.

이날 둘러본 부산 한 초등학교 교실에는 19명 학생 중에 8명이 도시락을 싸 왔다.



대체 급식으로 단팥빵, 미니 롤케이크, 청포도 주스와 컵 과일이 나왔지만, 아이들 건강을 우려한 부모가 도시락을 배달하는 경우를 볼 수 있었다.

저학년 반일수록 도시락을 싸 온 비율이 더 높다고 학교 관계자는 전했다.

1학년 손자가 걱정돼 도시락을 싸 온 한 조부모(68)는 "한창 잘 먹을 나인데 빵으로 밥을 먹는다는 게 걱정돼 도시락을 싸 왔다"면서 "손주가 좋아하는 유부초밥인데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부산에는 72개 학교에서 급식이 중단했다. 전체 학교의 14% 선이다.

read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