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무기상에서 수억 뒷돈' 전직 장성, 첫 재판서 혐의 부인
방산업체 전 임원도 "부정한 대가 아니다" 주장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해외 무기중개상 등으로부터 거액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장성과 방산업체 전직 임원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손동환 부장판사)는 3일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예비역 준장 고모 씨 및 전직 방산업체 임원 김모씨의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에 따르면 고씨는 2009년 1월까지 터키 주재 무관으로 근무하다 퇴역한 뒤 아내 명의로 위장회사를 세워 터키 무기중개업체 K사로부터 컨설팅비 명목으로 3년간 총 72만 달러(약 8억1천만원)를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국내 K-2 전차 기술의 터키 수출을 지원하는 업무를 하던 고씨가 방위사업청장의 사전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도록 생산업체 관계자와 방위사업청 공무원을 종용한 대가로 K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함께 기소된 김씨는 2009년부터 방산업체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 자문역으로 근무하면서 K사로부터 K-9 자주포 성능개량사업에 제품을 납품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120만 달러(약 13억5천만원)를 수수하는 등 국내·외 방산부품 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그는 금품수수를 감추고자 아내를 납품업체 직원인 것처럼 꾸미고 급여 명목으로 돈을 받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고인들은 이날 재판에서 둘 다 공소사실을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 씨 변호인은 "미화 72만 달러의 입금은 인정하지만, 방위사업청에 대한 용역의 대가"라며 "공소장에 어떤 식의 부정 청탁이 있었고 어느 직무에서 부정행위를 했는지가 불명확하니 이를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씨 변호인은 "공소사실 중 배임수재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위치에 있어야 성립되지만 김 씨는 삼성테크윈에서 그런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는 사업의 진행 시기와 청탁 시기 또한 시간상으로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K사로부터 금원을 받은 것은 맞지만 부정한 대가가 아니고 지원하는 차원이었다"며 "정상적인 대가로, 삼성테크윈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일이었다"고 부연했다.
또 공소장에 기재된 K사 설립 등에 대한 평가가 들어간 설명이 K사 혹은 K사의 페이퍼컴퍼니 계좌로부터 돈을 받은 사람은 필연적으로 불법 행위에 관련됐다는 것을 강하게 암시해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된다고 항의했다.
이들의 방산비리 혐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역외 조세회피처 관련 유출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가 빌미가 돼 꼬리가 밟혔다.
국내 방산업체들과 긴밀한 거래 관계를 맺어온 터키 무기중개상 K사가 조세회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운 사실이 유출 문건에 포함된 것이다.
국내 방산업체들이 검은돈을 은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언론 보도로 제기된 뒤 관세 당국이 관련자들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조사한 데 이어 검찰이 작년 초 세관에서 자료를 넘겨받아 수사를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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