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경찰 '입법회 점거' 유연한 대응에 평가 엇갈려
"절제된 처리" 칭찬 vs "법치 훼손 방관한 홍보쇼" 비판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지난 1일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 반대 시위대의 홍콩 입법회 청사 점거 당시 경찰의 유연한 대응을 놓고 "절제력 있게 처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법치 훼손을 방관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반환 22주년 기념일에 열린 지난 1일 밤 시위에서 일부 과격 시위대는 경찰 저지선을 뚫고 입법회 건물에 들어가 2일 새벽까지 의사당 등을 점거했다.
수 시간 동안 입법회 안팎에서 시위대를 막던 경찰은 1일 밤 9시 이후 건물 밖으로 완전히 철수했다가 이튿날 새벽에 전열을 재정비하고 다시 진입했다.
루웨이충(盧偉聰) 홍콩 경무처장은 2일 새벽 시위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철수했던 것 아니냐는 시각을 부인하면서, 잠시 후퇴해 전략을 재고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시위대가 정체불명의 '흰색 연기'를 건물 안으로 던졌고, 시위대가 배전시설을 건드려 정전됐을 경우 시위대가 우르르 몰리며 부상자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 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는 것이다.
홍콩 당국의 한 소식통은 1일 오후 9시께 약 3만명의 시위대가 입법회 청사 밖에 있었는데, 진압작전에 나섰을 경우 더 많은 시위대가 청사에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12일 고무탄 등 진압용 무기를 대거 동원해 시위를 강경 진압했다가 여론의 비난을 받은 것도 홍콩 경찰이 쉽게 진압에 나서지 않은 이유로 거론된다.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 '입법회 건물에 진입한 시위대에 대한 비판이 광범위하다'고 보도하는 등, 지난달 12일 시위 때와는 다소 다른 분위기를 전했다.
SCMP는 경찰 대응에 대해 '유혈사태를 피한 절제된 접근에 칭찬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일선 경찰관 등은 태만한 전략으로 경찰 사기와 이미지가 희생됐다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 고위 간부는 "누군가 법을 어기면 경찰은 신속히 대처해야 한다. 간단한 논리다"라면서 이번 대응은 태만했으며, 지난달 과잉대응을 의식한 "홍보 쇼"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지도부는 사상자가 나오지 않은 만큼 좋은 전술이고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우리 동료들은 우리의 사기와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만큼 실망하고 불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중의 지지는 얻었지만 "우리를 희생시켰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야당 정치인과 범민주 그룹은 송환법 완전 철회를 위한 시위대의 시위를 지지한다며 홍콩 지도자들이 젊은이들을 절망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SCMP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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