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엄중한 상황서 나온 경제정책, 충분히 강력한가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앞으로 6개월간의 경제상황을 예측하는 한편 어떤 정책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어 어느 목표에 도달하겠다는 반기단위 종합대책이자 청사진인 셈이다. 이번 발표 내용을 뜯어보면 기업 세제지원을 비롯해 여러 분야를 망라했지만 어려운 경제에 힘이 될만한 획기적 대책은 없는 것 같아 아쉽다. 미·중 무역전쟁에 이어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시작되는 등 우리가 처한 대내외 경제 상황이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는 점에 견주어 보면 그렇다.
눈에 띄는 것은 기업들의 설비투자에 세제 혜택을 준다는 점이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추진해, 개정 후 1년간 대기업의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율을 1%에서 2%로 확대한다. 1억 투자하면 100만원, 100억 투자하면 1억의 세금을 더 깎아준다는 것인데, 대외환경 악화로 가뜩이나 위축된 기업들이 이 정도의 혜택을 받자고 돈주머니를 풀지 의심스럽다. 중견기업은 3→5%, 중소기업은 7→10%로 혜택을 더 많이 주지만 덩치 작은 기업의 사정은 더 안 좋은 편이라 역시 큰 유인책이 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가속상각제도도 6개월간 한시적으로 확대한다. 가속상각이란 자산 취득 초기에 감가상각을 크게 해 세금을 덜 내도록 한 조치다. 지금도 하고 있는 제도인 데다 불과 6개월 연장이어서 기업들이 크게 반가워할 것 같지는 않다.
경기도 화성 복합테마파크 인허가, 충남 서산시 대산산업단지 HPC 공장(중질유 원료 석유화학단지), 서울 양재동 양곡도매시장 부지 R&D 캠퍼스 조성, 수도권 소재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시설 건립 등 기존 계획된 사업들이 속도를 내도록 정부가 지원한다는 방침도 밝혔는데 이런 부분은 정부가 경기 흐름의 맥을 잘 짚은 것으로 보인다. 걸림돌이 있어 지지부진하던 사업이 정부의 조정, 지원으로 잘 추진되면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내놓으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2.5%로 수정했다. 반년 전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내린 것이다. 경상 GDP 증가율도 3.9%에서 3.0%로, 민간소비는 2.7%이던 걸 2.4%로 낮췄고, 설비투자는 1.0% 증가에서 -4.0%로 확 내렸다. 하반기 경제가 종전 예상보다 안 좋다는 걸 정부도 인정한 셈이다. 이에 비해 취업자 증가 폭은 5만명 늘려 20만명으로 상향 조정했다. 경제가 안 좋으면 일자리 수도 줄기 마련인데 오히려 늘려 잡은 것은 인위적인 정책효과를 예상하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에 따라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것이 아닌, 급조한 단기일자리가 많아질 것이 우려된다. 이런 일자리라도 많으면 당장이야 좋겠지만 장기적으로 경제체질 개선 없이 재정만 까먹는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건 아니다.
경제정책은 어느 것을 택하든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있기 때문에 잘 조율하고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책이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경제 주체들이 실감할만한 과감한 정책을 실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러 분야에 걸쳐 세심하게 펴는 정책이 평상시라면 장려될 수 있겠지만 기업투자나 생산, 소비가 갈수록 위축되는 엄중한 경제 상황이라면 눈길을 끌지 못할 것이다. 정부가 진단한 것처럼 민간 설비투자나 건설투자가 굉장히 부진한데, 이번에 내놓은 종합정책에 과연 그에 대응할만한 강력한 처방이 담겼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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