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옛 미월드 부지 '유치권 갈등' 물리적 충돌 우려

입력 2019-07-03 10:03
부산 옛 미월드 부지 '유치권 갈등' 물리적 충돌 우려

토목업체와 부지 소유주 대립…용역 동원하자 "맞대응 불사"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 수영구 옛 '미월드' 부지가 유치권 갈등으로 시끄럽다.

전 소유주로부터 공사비용을 받지 못한 토목업체가 부지를 점유하며 현 소유주와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현 소유주가 용역을 대거 동원해 토목업체 직원을 현장 밖으로 내보내자 토목업체도 맞대응을 경고하며 물리적 충돌 우려마저도 나온다.

3일 부산 수영구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3시 30분께 옛 '미월드' 부지 건설 현장 사무실로 용역업체 직원 50명이 굴착기 등 중장비와 함께 들이닥쳤다.

이들은 현장 사무실을 점유하고 있던 토목업체 A사 직원 2명을 밖으로 내보낸 뒤 문을 철제 펜스로 막고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A사 직원들은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고, 용역업체 측은 다친 사람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용역업체를 고용한 곳은 현 부지소유주인 한 종교단체 연금재단이다.

해당 연금재단은 미월드 부지에 고급 호텔을 건립하려다가 2017년 파산한 G 건설로부터 공매를 통해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현장을 점유하던 A사는 전 소유주인 G건설과 토목공사 계약을 한 곳이다.

구청에 착공계를 내고 부지 측량을 하는 등 공사 준비를 하던 중에 G건설이 파산하며 피해를 봤다.

실제 착공은 하지 않았지만 전문인력 고용·배치, 측량 작업 등 공사 준비 비용(토목업체 측 추산 40억)을 회수하지 못해 유치권을 주장하며 1년 넘게 현장을 점유하고 있다.

유치권은 채권자가 돈을 변제받기 전까지 물건이나 건물을 점유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현 소유주인 연금재단은 A사 유치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연금재단 한 관계자는 "부지를 공매로 넘겨받을 때 유치권이 있는 곳으로 파악한 업체에 A사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면서 "착공도 하지 않는 등 아무런 공사 흔적이 없는데 준비에 거액이 들었다며 내놓으라 하니 어느 땅 주인이 이런 주장을 받아 주겠나"고 말했다.

연금재단은 현장 사무실을 아예 철거하겠다며 지자체에 허가를 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A사 측은 연금재단 입장에 강하게 반발한다.

연금재단이 정당한 유치권 행사를 물리적으로 방해했다며 주거침입 혐의 등으로 법적 대응 하겠다는 입장이다.

A사가 지자체에 착공계를 제출하는 등 사업을 정석대로 추진했고, 공사 전 비용 지출 명세를 모두 투명하게 밝힌 상태여서 연금재단이 터무니없는 억지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A사 측은 유치권 행사 핵심이 점유권 회복에 있는 만큼 사무실 점유 회복을 위해 용역을 동원하는 등 물리적 충돌도 불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수영구 한 관계자는 "유치권 유무는 민사법적인 판단이 필요해 결국 양측 당사자가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면서 "다만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나온 만큼 소유주에게 원만한 해결을 하라고 행정지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이 한눈에 보이는 옛 미월드 부지는 현재까지 여러 차례 토지 소유주가 바뀌고 있다.

놀이시설인 미월드가 문을 닫은 뒤 2015년 G건설사가 독일 호텔업체가 운영하는 고급 호텔을 만들려고 시도하다가 2017년 부도를 냈다.

이 토지는 현재 종교단체 연금재단 소유이며, 해당 재단 측은 개발업체인 T사와 매각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까지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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