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총재 내정 라가르드의 방향성은…"기존정책 계승" 전망 나와
첫 여성 총재 예고…소통 정치적 능력에 기대감
경제성장 과실의 분배 강조해와…남·북 유럽 갈등 조정 과제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2일 차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내정함에 따라 향후 ECB의 방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CB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통화정책을 총괄하기 때문에 정책 방향이 세계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요 언론에서는 프랑스 출신의 라가르드가 IMF 총재로서 ECB의 확장적 통화정책을 지지해왔다는 점에서 현행 ECB의 정책 방향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IMF는 그동안 ECB가 인플레이션을 높이고 경기부양의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 확장적 통화정책을 계속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조기 금리 인상에 대해서도 경고하면서 현행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P 통신은 라가르드가 소통과 타협에 능한 정치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정책을 따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회계법인 그랜트 손튼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다이앤 스원크는 AP 통신에 "라가르드는 IMF 총재로서 뛰어난 업적을 이뤘다"면서 "유럽의 채무 위기를 관리한 그가 EU가 받는 도전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논평에서 라가르드가 ECB의 기존 통화정책을 계속 추진해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또, 라가르드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통화권 내에서 합의를 찾아가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블룸버그 통신은 라가르드가 드라기와 달리 경제학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ECB 내부 전문가들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AP 통신은 라가르드의 주요 과제 중 하나가 경기부양책에 적극적인 남유럽 국가들과 이에 부정적인 북유럽 국가들 사이의 시각차를 조정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라가르드는 지난 2월 EU가 가치 공동체로서 존망의 기로에 섰다면서 "통합에 재시동을 걸고 경제성장의 과실이 EU 전역에 널리 확실히 분배되도록 하는 게 우리의 뚜렷한 목표"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그는 EU가 1993년 창립된 뒤 평화와 공동번영이라는 약속을 대체로 지켰으나 남부 회원국들이 북부 회원국들을 경제적으로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가르드는 오는 10월 31일 임기가 끝나는 드라기의 뒤를 이어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ECB의 수장 자리에 오르게 된다.
라가르드는 ECB 총재 내정 기간 IMF 총재 역할을 수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프랑스 재무장관을 지내던 라가르드는 2011년 성추문으로 퇴진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의 뒤를 이어 IMF 총재로 선출됐다.
미국 유학을 거쳐 파리10대학 로스쿨에서 법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매킨지에서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다.
그는 재무장관 재직 당시 2007년 국제 금융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에 의해 지난 2009년 유럽 최고의 재무장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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