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인센티브 총동원…대기업 감세 카드로 투자 살아날까(종합)

입력 2019-07-03 16:23
세제 인센티브 총동원…대기업 감세 카드로 투자 살아날까(종합)

가속상각 6개월 한시 확대…"올 하반기로 투자 앞당기기 목적"

기업투자 부진에 '대기업 증세→감세'로…文정부 2년만에 처음

(세종=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정부가 3일 극심한 투자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세제 지원과 기업투자 애로 해소를 뼈대로 하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하경방)을 발표했다.

기업의 투자 여력을 총동원하기 위해 '세제 인센티브 3종 세트'를 마련하고, 10조원 +α 규모의 '3단계 기업투자 프로젝트'를 통해 각종 규제나 행정절차 탓에 막혀있던 사업을 풀어주는 내용이 핵심이다.

특히 대기업에 각종 세제 감면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사실상 '대기업 감세 카드'를 꺼내든 점이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부의 대책이 기업의 일부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투자 여력을 총동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 '투자 부진 해소'에 방점…세제 인센티브 '한시적' 확대·대기업 감세 나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발표에 앞서 "민간 설비투자나 건설투자가 굉장히 부진해 이런 분야에 대해선 하반기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혀 정부 대책의 수위에 관심이 집중됐다.

실제로 그간 각종 지표에서 나타난 투자 부진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국내 설비투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4% 감소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었던 2009년 1분기(-19.0%)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설비투자는 작년 2분기(-4.3%)부터 4개 분기 연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대내외 여건이 워낙 좋지 않아 기업들이 투자를 미룬 채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대책은 투자 촉진에 총력을 기울여 민간·공공 부문의 투자 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번 하경방에서는 기업의 설비투자 촉진을 위한 여러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도 혜택을 모두 '한시적'으로 주는 점이 눈에 띈다.

홍남기 "투자 반드시 살아나야…세제지원 틀 한시적 보강" / 연합뉴스 (Yonhapnews)

먼저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율을 한시 상향한다.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에 각각 1·3·7% 적용하던 공제율을 법 개정안 통과 이후 1년간 2·5·10%로 높여 기업 규모에 관계 없이 투자 지원을 강화했다.

올해 말 일몰되는 생산성향상시설·안전시설 투자세액공제 제도는 2021년까지 2년 연장하고, 적용 대상에 의약품 제조 첨단시설, 위험물 시설 등을 추가해 범위를 넓혔다.

기업의 법인세 납부 부담을 줄여주는 가속상각 제도는 올해 도입됐는데 연말까지 6개월간 한시 확대한다.

대기업이 투자하는 생산성향상시설, 에너지절약시설에 대해서도 가속상각(50%)을 허용하며, 중소·중견 기업은 가속상각 허용 한도를 50%에서 75%로 한시적으로 늘린다.

정부는 이같은 한시적 세제 인센티브 제공이 올 하반기로 투자를 당기도록 유도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억원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투자 부진을 당장 만회할 수 있는 수단은 세제로, 한시 도입에 주안점을 뒀다"며 "경제가 어려우니 기업이 준비한 투자조차 뒤로 미루는 경향이 많은데, 예정된 투자를 더 뒤로 미루지 않고 앞당기도록 한시적으로 세제 지원을 해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이번에 대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함으로써 사실상 '대기업 감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난 2년 간 법인세 정상화 등 대기업 증세를 해온 정책 기조와 반대되는 것이다.

이는 대기업이 설비투자의 80%를 차지하는 데다, 그만큼 투자 유도가 절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설비투자 계획을 보면 전체 182조원 중 대기업이 145조원으로 80%를 차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기업의 혁신성장이나 신성장동력,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해 감세혜택을 부분적으로 준 경우는 있지만 이렇게 대기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대대적으로 감세헤택을 주는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에 처음으로 감세 혜택을 주는 것은 그만큼 정부가 대기업,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투자활성화에 매진하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정부는 각종 생활 SOC 사업을 신속 집행해 지역 건설경기 활성화를 유도하고, 4조6천억원 규모의 경기도 화성 복합테마파크 인허가를 신속 가동해 조속한 착공을 지원하는 등 민간의 투자 분위기 확산에 주력하기로 했다.



◇ 전문가 "대책 강도 약한 편" vs "대외 여건상 투자 살리기 쉽지 않아"

전문가들은 투자 부진의 심각성에 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의 강도가 약하다는 평가를 공통으로 내놨다.

특히 세제 인센티브를 한시적으로 상향하거나 확대하기로 한 점, 민간 투자를 유도할 획기적인 대책이 눈에 띄지 않는 점이 아쉽다는 지적을 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정부가 문제의식은 정확히 갖고 있지만, 민간 부분을 움직여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며 "투자 감소 속도가 상당히 심각하기 때문에 이번에 나온 대책 정도로 효과를 보기에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1년간의 세액공제 혜택 정도로는 기업 투자를 끌어내기 어렵다"며 "세금의 전반적인 변화가 있다고 생각될 정도의 대책이 마련되거나, 수도권 문제, 의료 문제 정도의 이슈가 있어야 실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양균 KDI 정책본부장은 "제반 경제 여건이 악화한 상황에서 경제를 살리려면 획기적인 투자 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한시적으로 세제 혜택을 확대한다고 해서 기업들이 투자하겠나"라며 "안 해준 것보다 낫지만, 만족스럽지는 못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기업은 세제 지원만 해준다고 투자하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경제 상황과 제도적 여건을 많이 보게 된다"며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고용 여건이 좋지 않고, 미·중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이 큰 점이 투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0조원+α 투자 프로젝트 추진은 정부가 기업투자에 호의적이라는 걸 보여줌으로써 기업 투자심리를 나아지게 하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긍정 평가하면서도 "실제 투자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고 경기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책 방향을 투자 확대보다 소비 진작 등 다른 쪽에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근태 선임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현 상황에서 투자를 늘리는 게 기업에도, 국가 경제에도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큰데 투자를 늘렸다가 기업부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여러 정책을 많이 써야겠지만, 정책 방향을 투자 확대보다 소비 진작 등 다른 쪽으로 더 주력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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