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첫 여성 집행위원장 '폰데어라이엔 카드' 급부상(종합)
새 인선안 논의 재개…티머만스, 중부유럽 반대로 낙마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미셸, ECB 총재 라가르드 '낙점'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 지도부와 28개 회원국 정상들은 2일 브뤼셀에서 임시정상회의를 다시 열고 차기 EU 지도부 인선에 대한 논의를 재개했다.
EU는 당초 이날 오전 11시부터 회의를 속개해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집행위원장과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유럽의회 의장, 외교·안보 고위대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을 결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상들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아 5시간여 동안 막후 논의를 거친 뒤 이날 오후 4시를 넘겨서야 전체 회의를 시작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의 대변인은 당초 계획보다 5시간이 흐른 뒤 트위터에 글을 올려 "EU 정상회의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투스크 의장은 이날 막후 접촉에서 집행위원장 후보로 여성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으로는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를, ECB 총재로는 프랑스 출신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제안했다고 AFP와 DPA 통신 등 언론이 보도했다.
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후보에는 슬로바키아 출신인 마로슈 세프초비치 EU 집행위원 또는 호세프 보렐 전 스페인 외교장관이 제시됐다.
이어 유럽의회 전반기 의장은 유럽의회 제2당인 사회당(S&D) 인사에게, 후반기 의장은 제1당인 유럽국민당(EPP)의 만프레드 베버 의원에게 맡기는 방안이 제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번 회의에서 의견접근을 이뤘던 '프란스 티머만스 집행위원장·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카드'에 대해 일부 회원국 정상들이 반대 의견을 고수해 새로운 절충안을 마련하면서 대폭적인 변화가 뒤따른 것이다.
폰데어라이엔과 라가르드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속한 EPP 소속이고, 미셸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속한 '리뉴 유럽' 인사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유럽의회 전반기 의장은 S&D 그룹이 맡게 된다.
특히 독일 출신으로 지난 14년간 메르켈 내각에서 일해온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카드'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제안했다고 언론들이 전했다.
그동안 집행위원장 선출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던 메르켈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이 이를 통해 앙금을 해소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제안대로 차기 EU 지도부가 꾸려질 경우 EU의 핵심 국가인 독일과 프랑스는 각각 EU 행정부 수반 격인 집행위원장과 ECB 총재를 각각 차지하게 된다.
티머만스 집행위원장 카드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던 중부유럽의 비셰그라드 4개국(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은 폰데어라이엔에 대해선 지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S&D 소속인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도 이날 오전까지도 '티머만스 집행위원장 카드'를 고수했으나 소그룹 정상 모임 뒤 더는 이를 고집하지 않았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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