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도입된 러 S-300, 이스라엘의 공습에도 '침묵'
러, 작년 9월 공급…최근 위성사진서도 배치 확인돼
이스라엘 매체 "가동 애로 있거나 파괴 우려하는 듯"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시리아가 지난해 러시아로부터 도입한 새 방공미사일이 최근 이스라엘의 광범위한 공습에도 쓰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의문이 증폭했다.
시리아 군 당국과 시리아내전 감시매체 등에 따르면 이달 1일(현지시간) 이른 시간 이스라엘군은 전투기를 동원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남서부와 중서부 홈스주(州)를 공습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내전 감시매체 '시리아인권관측소'는 민간인 6명과 외국 출신 친정부 민병대 8명 등 15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고했다.
시리아 군 당국은 아이를 포함해 민간인 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공습 지역의 지름이 160㎞나 되는 데다 민간인 사상자까지 나올 정도로 광범위한 규모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위협을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수시로 시리아를 공습했으나 민간인 사망자가 나온 경우는 드물다.
시리아군은 방공망을 가동해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응했다고 발표했다.
시리아군은 이스라엘 공습을 차단하려고 러시아제 S-200 방공미사일을 다수 발사했다.
그중 1기는 완전히 빗나가 지중해를 건너 북(北)키프로스튀르크공화국(북키프로스)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북키프로스 당국은 1일 시리아가 적 공습에 대응해 발사한 러시아제 S-200 미사일로 추정되는 잔해를 수거했다고 발표했다.
대규모 공습을 당하면서도 작년 가을 러시아로부터 도입한 차기 지대공미사일인 S-300은 쓰이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시리아군이 이스라엘 전투기를 저지하려다 근처 상공의 러시아 군용기 일류신(Il)-20기를 실수로 격추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러시아는 그로부터 2주만에 신형인 S-300 방공미사일을 시리아에 공급했다.
이번 공습이 있기 몇시간 전 위성사진 전문 업체 이미지샛 인터내셔널은 시리아 서부 마시아프에 있는 S-300 발사대 4기와 레이더의 이미지를 공개했다.
마시아프는 이번 이스라엘 공습지역에서 겨우 수십 ㎞ 떨어진 곳이다.
S-300 방어시스템의 레이더는 수백 ㎞까지 감지할 수 있고, 미사일은 최대 200㎞ 거리에 있는 목표물을 요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300의 제원에 따르면 얼마든지 이스라엘 공습 차단에 쓰일 수 있었지만 이번에도 S-300이 가동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시리아가 S-300 방공미사일을 실전에 쓰는 데 문제를 겪고 있거나, 파괴될 것을 우려해 가동에 조심스러워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이스라엘 일간지 예루살렘포스트는 1일 "이번 이스라엘 공습으로 러시아제 S-300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드러난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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