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합의 서명국, 이란에 "핵합의 일부 미이행 우려"(종합2보)
이란, 유럽에 실질적 이행 압박…2단계 조처 임박
(파리·테헤란=연합뉴스) 김용래 강훈상 특파원 = 이란이 미국의 핵합의 탈퇴와 제재 복원에 대응해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이행 범위를 축소하자 이에 서명한 국가들이 이를 계속 지키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존폐 위기에 처한 핵합의를 계속 지켜야 한다는 원칙론에서는 대체로 일치했다.
그러나 영국, 프랑스, 독일은 이란이 핵합의를 다시 이행해야 한다는 점에 방점을 둔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원인 제공자'인 미국의 책임과 유럽 측의 미온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영·프·독 3개국과 유럽연합(EU)은 2일 낸 공동성명에서 "이란이 핵합의에서 약속한 저농축 우라늄(LEU) 저장한도를 넘겼다고 발표했고 이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확인했다"라며 "이런 사실을 매우 우려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핵합의 준수는 이란이 이를 충실히 지키는 데에 달렸다"라며 "이란의 결정에 유감을 표하며 이를 철회하고 핵합의를 약화하는 추가 조처를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핵합의 서명국이 밀접하게 조율해 핵합의를 유지하는 대응 조처를 긴급히 모색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성명을 보도한 AFP, 로이터통신 등 서방 언론은 '유럽 측이 이란의 핵합의 파기(breach)를 우려했다'라고 보도했지만 이들은 '약화하다'(undermine)라는 표현을 써 이란이 이를 위반했다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중국의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이란이 처한 조처에 유감을 표한다"라면서도 "미국의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이 최근 조성된 긴장의 원인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라고 밝혀 미국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모든 핵합의 당사국이 장기적이고 전체적 관점에서 이번 일을 보고 인내심을 발휘해 핵합의를 함께 유지해야 한다"라며 "그래야만 최근 긴장 상황이 더 악화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문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일 "이란 동료들이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자제력을 발휘하기를 바란다"라며 "핵합의의 핵심 조항과 부가적 조건을 지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어 "유럽 동료들도 새로 설립한 인스텍스(유럽과 이란의 교역을 전담하는 금융전문회사)를 실제로 가동함으로써 자신의 의무를 지킬 것을 요구한다"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2231호)에 따라 이란의 경제·교역 분야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란 정부는 전날 2015년 서방과의 핵 합의에서 정한 LEU의 저장 한도(육불화우라늄 기준 300㎏. 우라늄 동위원소 기준 202.8㎏)를 초과했음을 시인했다.
이로써 이란은 2016년 1월부터 3년여간 지킨 핵합의상 의무(핵프로그램 감축·동결)를 처음으로 이행하지 않았다.
지난해 5월 미국이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이란도 이번에 핵합의를 일부 이행하지 않으면서 2015년 7월 역사적으로 성사된 핵합의의 존립이 4년 만에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이란은 다음달 6일까지 유럽 측이 핵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핵합의에서 더 멀어지는 2단계 조처를 시작하겠다고 예고했다. 2단계 조처에는 무기급 플루토늄 생산을 위한 중수로 재가동, 우라늄 농축도 상향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란은 유럽이 미국의 제재에 맞서 핵합의에 따라 이란산 원유 수입을 재개하고 금융거래를 정상화하면 핵합의 미이행 조처를 되돌리겠다고 압박한다.
핵합의 서명국이 위기에 처한 핵합의를 구하고자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균형을 잡으려 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이란에 적대적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의 미이행 조처를 대이란 강경책의 구실로 삼으려는 움직임이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2일 "이란 정권이 오산해 '회색 지대'에서 '적색 지대', 즉 군사적 사변으로 옮기려는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라며 "우리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군사력을 증강하는 데 계속 힘써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담당 국무장관도 이날 "이란이 합의한 수준 이상으로 우라늄을 농축하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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