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수돗물 사태 美미시간 전 주지사 하버드 펠로십 선정 논란

입력 2019-07-02 11:57
납수돗물 사태 美미시간 전 주지사 하버드 펠로십 선정 논란

스나이더, 케네디 공공정책대학원 선임 연구원 자격으로 지자체 강의 예정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최악의 공공위생 위기 중 하나로 언급되는 미시간 주 플린트 시 납 수돗물 사태의 최종 책임자 릭 스나이더(60·공화) 전 주지사가 하버드대학 공공정책 대학원의 펠로십에 선정돼 반발이 일었다.

하버드대학 존 F.케네디 공공정책대학원 산하 터브먼 주·지방 정부 센터(The Taubman Center for State and Local Govt)는 1일(현지시간), 스나이더 전 주지사의 펠로십 선정 사실을 공개하며 "수석 연구원 자격으로 지자체 관련 강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터브먼 센터 디렉터 겸 공공정책학 교수인 제프리 리브먼은 "스나이더 전 주지사는 공공정책 및 관리에 탁월한 능력과 경력을 갖춘 전문가"라며 신뢰를 보였다.

스나이더 주지사는 펠로십 선정에 대해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힌 후 "미시간 주를 일자리 창출, 정부 성과 개선, 시민의식 고양 면에서 전국을 선도하는 위상으로 끌어올린 경험을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하버드 학생들은 "범죄를 자행한 정치인에게 적절치 못한 자리를 주는 것을 묵인할 수 없다"며 학교 측의 재고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에 '스나이더 펠로십 반대 ' 해시태그(#NoSnyderFellowsship)를 붙인 글을 올려 반감을 표하고 있다.

2011년 미시간 주지사에 올라 지난 1월 재선 임기를 마친 스나이더 전 주지사는 비상재정관리 체제 도입으로 플린트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문제 발생을 알고서도 1년 이상 이를 묵인했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플린트 시는 휴런호를 상수원으로 하는 디트로이트 시에서 수돗물을 공급받다 2014년 4월부터 예산 절감을 위해 식수원으로 부적합한 플린트 강에서 물을 끌어다 식수로 공급하면서 납 오염 사태를 맞았다.

지역 주민들은 물 맛과 냄새가 이상하다며 불만을 터뜨렸으나 당국은 1년 이상 "수질에 이상이 없다"며 수돗물 사용을 중단시키지 않았고, 결국 3천 명의 어린이가 납중독 또는 중금속 오염에 의한 질병을 앓는다는 진단을 받으면서 사태가 표면화됐다.

미시간 주 신임 행정부와 검찰은 지난달 플린트 사태를 원점부터 재수사 하기로 하고, 스나이더 전 주지사의 휴대전화기와 기록들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스나이더 전 주지사는 2016년 미 연방 의회의 조사를 받았으며 방대한 분량의 이메일 공개를 통해 최소 2015년 2월 플린트 사태 발발을 인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결국 사과했으나, 사태의 궁극적 책임은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돌린 바 있다.

미국 공영방송 PBS '프론트라인'(Frontline) 탐사보도팀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플린트 주민들은 아직도 납 수돗물 사태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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