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상임위원장 '바통 터치' 난항…내부 감정싸움 양상도
국토위·산업위·예결위원장 '자리싸움'…"원내지도부 뒷짐"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20대 국회 마지막 상임위원장직을 놓고 자유한국당 내부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현 위원장과 차기 위원장직을 약속받은 의원 간 기 싸움은 이제 신경전을 넘어 노골적인 감정싸움으로 격화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상임위 배분 권한을 가진 원내지도부는 이렇다 할 방안을 제시하기는커녕 경선 가능성마저 내비치며 집안싸움을 더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한국당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상임위원장 자리싸움이 벌어지는 곳은 국토교통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3곳이다.
앞서 한국당은 작년 7월 의원총회를 통해 법제사법위와 환경노동위를 제외한 5개 상임위원장의 경우 임기 2년을 절반으로 쪼개 1명씩 번갈아 맡기기로 합의했다.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대거 상임위원장 경선에 뛰어들자 당시 김성태 원내대표가 마련한 고육지책이었다.
이에 따라 외교통일위는 강석호·윤상현, 보건복지위는 이명수·김세연, 국토위는 박순자·홍문표, 산업위는 홍일표·이종구 의원, 예결위는 안상수·황영철 의원이 1년씩 차례로 맡기로 '교통정리' 됐다.
그러나 국토위와 산업위는 현 위원장이 각각 산적한 현안 정리 등을 이유로 위원장직을 당장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더해 예결위는 김재원 의원이 황 의원에 맞서 당내 경선을 요구하고 나서 자연스러운 '바통 터치'는 사실상 무산된 분위기다.
차기 상임위원장에 '내정'됐던 의원들은 하나같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당내 의원들 간 이뤄진 '신사 협정'을 이제와 뒤집는 것은 당의 민주적 운영에 해가 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예결위원장 선출 문제는 당내 계파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비박계 황 의원과 친박계 김 의원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시 부당하게 당원권 정지를 받아 예결위원장 합의 과정에 참여하지 못했다"며 "상황이 변했는데도 당시 합의를 지키라고 하는 것은 '없는 합의'를 지키라는 일방적 주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황 의원 측 관계자는 김 의원을 겨냥해 "제1야당의 3선 중진의원 치고는 매우 비상식적이고 비신사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며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이 이뤄진 것 자체가 문제라는 황당무계하고 허무맹랑한 소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당 내부에서는 상임위원장 자리싸움이 불필요하게 전개되는 것을 두고 원내지도부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원내지도부가 빨리 내부 정리를 해줘야 하는데 사태 해결은 않고 뒷짐만 지고 있는 것 같다"고 쓴소리했다.
이와 관련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몇몇 상임위원장 선출을 경선으로 할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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