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전 외무장관 "홍콩 시위 진압, 톈안먼처럼 쉽지 않을 것"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중국과 홍콩 반환 협상의 최종 순간 영국의 외무장관을 지낸 맬컴 리프킨드 전 장관이 만약 중국이 30년 전 베이징 톈안먼 민주화 시위처럼 무력진압에 나설 경우 국내외적으로 중대한 후유증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프킨드 전 장관은 1일(현지시간)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를 통해 홍콩 주민들이 최근 홍콩 정부와 중국을 상대로 한 송환법 저지 전투에서 중대한 승리를 거뒀다고 치하하면서 200만 주민이 거리로 몰려나온 것은 민주주의와 인권이 아시아에서는 효력이 없는 서방의 개념이라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홍콩이 일단 전투에서 승리했으나 전쟁에서 승리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홍콩의 대규모 시위로 집권 이후 최대 난관에 직면한 시 주석이 1일 시위대의 입법회 점거를 구실로 홍콩 시위대를 본격 탄압하고 홍콩의 특별지위를 부인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리프킨드 전 장관은 홍콩의 자체 방어력이 없는 상황에서 중국은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인민해방군(PLA)을 동원해 홍콩을 점령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30년 전 톈안먼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무력으로 시위를 진압할 경우 주민의 적대감과 중국의 이미지 손상에 더해 영국과의 관계 악화가 뒤따를 것이라면서 홍콩의 자치를 보장한 1국 2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홍콩반환협정의 폐기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그동안 자신들이 체결한 국제조약의 엄정한 이행을 과시해온 만큼 평판에 심한 손상을 입게 될 것이며 만약 중국이 홍콩의 자유 보장에 대한 그들의 약속을 포기할 경우 영국은 단지 형식상의 항의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영국과 '깊고도 장기간의' 관계 악화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프킨드 장관은 중국이 홍콩 시위를 무력진압할 경우 또 다른 결과로 홍콩의 지위 변화와 대만과의 통합 문제를 지적했다.
홍콩은 중국으로 반환되던 지난 1997년만큼은 못하지만 여전히 중국과 나머지 아시아 지역을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경제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무력으로 홍콩을 점령, 법치를 포기할 경우 금융중심지로서 홍콩의 강점은 붕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만을 평화적으로 본토에 통합시킨다는 그들 전략을 스스로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1997년 이후 홍콩이 중국의 일부가 되더라도 자유를 보존할 수 있다면 대만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대만을 설득해 왔으나 홍콩의 자치권이 파괴될 경우 대만은 중국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프킨드 전 장관은 중국이 그동안 홍콩의 1국 2시스템 원칙을 깨트리려고 시도해왔으나 부분적인 성공을 거뒀을 뿐이라면서 향후 홍콩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중국의 평판을 좌우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아울러 홍콩이 자유를 유지한다면 이는 홍콩 자체는 물론 다른 13억 중국 인민들에게도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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